‘조삼모사’ 버스 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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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장

▲잔꾀를 부려 속임수를 쓰거나 어리석음을 빗대는 고사성어가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중국 고전 열자(列子) 황제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송나라의 저공은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원숭이 무리가 늘면서 먹이인 도토리가 부족해졌다. 이에 저공은 “아침에 3개를 주고, 저녁에는 4개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아침 도토리 3개로 만족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저공은 잠시 기다렸다가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는 3개를 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원숭이들은 흔쾌히 이를 반겼다.

▲결과는 같지만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신경 쓰는 행위가 행정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이 그렇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6년 7월 출범 당시 종전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별로 다르게 부과되던 상수도 요금을 통합, 최저가로 단일화했다, 이에 따라 요금 현실화율은 81%에서 69%로 하락했다. 결국 요금 인하 정책은 오래가지 못했다. 예상대로 적자가 누적되자 몇 년 후 요금 인상이 추진됐다.

▲최근에는 버스 요금 인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2017년 8월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며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했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하게’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버스가 320대 증차됐다. 요금도 급행버스와 리무진버스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1200원으로 통일했다. 이제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내 급행·리무진버스 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내년에도 추가 인상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처럼 버스 운영 적자가 예상되는데도 제주도는 도민 설득과 대안 마련에 소홀히 했다. 원희룡 도정 당시 무엇이 급했는지 ‘당근책’을 무수히 내놓았다. 그 결과 해마다 10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오영훈 도정도 교통복지를 이유로 요금 면제 혜택 대상을 종전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늘렸다. 5년간 수백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버스요금 인상 외 다른 카드는 없을까? 대중교통체계 대수술이라는 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할 때이다. 도민은 원숭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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