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불화의 단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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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93년에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이 출판되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적이 있었다. “공산주의 소련이 해체되면서, 냉전 시대 이후로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세계사의 미래를 내다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책의 저자인 새뮤얼 헌팅턴은 하버드대학에서 58년 동안 강의했던 정치학자였고, 미국의 안보 관련분야 공직자로서 일하기도 했다. 그런 학자가 저술한 책이니까 미국의 입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에 대한 이런 내용이 그 책에 실려 있다. “일본은 문화적으로 고립국이다. 일본의 특이한 문화를 공유하는 국가는 전혀 없다. 일본이 어떤 종교나 이념을 다른 나라에 전파할 가능성은 없다.”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면서도, 새롭게 보이는 내용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수단의 경우, 북쪽에는 이슬람교도들이 살고 남쪽에는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 사이에서 수십 년 내전이 이어져 왔다. 북쪽에는 이슬람 단층이 있는 셈이고 남쪽에는 기독교 단층이 있는 셈인데, 그렇게 나누어진 단층선을 해결하지 못하여 전쟁을 지속해왔다는 것이다. 문명과 문명 사이, 종교와 종교 사이에 생겨난 갈등의 단층선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적 통일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시국과 관련하여 관심을 끄는 것은 러시아 관련 내용이다. 러시아의 많은 공화국들이 내면에 위험한 단층선을 안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 내적 갈등의 단층선을 해결하지 못하면 장차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지적하고 있었다. 그러한 예언이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타나 있는 셈이다.

옛 소련 시절에 소련 정부가 공화국들 사이에 경계선을 그을 때부터 문제가 생겨났다고 한다. 소련 정부가 공화국들 사이에 경계선을 그을 때,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러시아인들의 거주 지역인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로 편입시켰다는 것이다. 그랬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공화국이 소련에 속했던 시절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독립하게 되었을 때, 크림반도에서 살았던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가능성을 지녀온 셈이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유럽에 가까운 서부지역은 로마가톨릭에 속하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러시아 정교회 지역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종교적 갈등과 불화의 단층선을 내면에 안고서 살아온 셈이다. 전쟁의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이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가 30년 전에 내세운 주장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안목으로 이 시대 세계사의 흐름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 안에 오랫동안 간직되어온 갈등과 불화와 단층선에 대해서도 보다 더 진지한 자세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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