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욕보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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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지금 나는 산山비 흩뿌리는 속을 한라산에 오르고 있다.// 속밭 꽝꽝나무 벌판을 지나/ 진달래 벌판을 지나 구상나무 벌판을 지나//자작나무 전나무 하이얀 촉루觸髏 앙상한 시로미 벌판에서/ 심한 갈증에 시로미 열맬 찾는 1950m 정상에 난 서 있다.//…’

신석정 시인이 1968년 월간문학에 발표한 시 ‘백록담白鹿潭에서’다. 시인은 이 시에서 한라산 백록담 구름에 묻혀 마소랑 꽃이랑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 했다.

시인의 한라산 사랑이 느껴진다.

한라산이 곧 제주이고, 제주가 곧 한라산이다. 한라산이 없는 제주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한라산은 제주의 음악이고 미술이고 철학이다. 제주의 모든 것이다. 제주 곳곳에서 한라산을 볼 수 있는 것은 제주인의 긍지며 자랑이다.

▲1983년 봄. 고교시절. 친구 2명과 함께 한라산에 올랐다.

어리목에서 우연히 같은 고교를 졸업한 선배 2명을 만났다.

그들은 살아 있는 닭 2마리를 배낭에 넣고 왔다. 우리는 하룻밤 어리목에서 텐트를 친 후 다음날 한라산 정상을 가려는 계획이었다.

그날 밤 친구와 선배 일행은 삶은 닭을 맛있게 먹었다.

지금처럼 한라산에서 흡연이나 음식 만들기 등의 제한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다.

살아 있는 닭을 한라산에서 요리해서 먹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레전드급 사건인 셈이다.

비행기나 버스, 택시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생태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한라산국립공원 내에서 취사와 야영, 탐방로와 탐방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한라산 탐방이 엄격해진 것이다.

▲그런데 비법정 탐방로를 통해 한라산을 등반하고 불법 야영을 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불법행위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랑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어떤 이는 지금은 폐쇄된 탐방로인 서북벽 탐방로를 통해 한라산을 등반하고 불법 야영을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는 것.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흡연 19건, 비법정 탐방로 출입 12건 등 불법행위 31건이 적발됐다.

한라산국립공원의 면적이 넓은 데다 단속 인력도 모자라 현장에서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의 영혼인 한라산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은 영원한 생명체인 한라산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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