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전사자 형제 국립제주호국원 안장은 처음
형은 호남지구 공비토벌 작전서 전사…동생은 설악산 부근 전투서 산화
6ㆍ25전쟁에 함께 참전해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다 전사한 ‘호국의 형제’ 고(故) 허창호(형)·허창식(동생) 하사가 70여 년 만에 넋으로 만나 국립제주호국원에 나란히 잠들었다.
국방부는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 주관으로 고 허창호·허창식 하사의 안장식을 엄수했다.
안장식은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두 형제의 고향인 제주에서 최고의 예를 갖춰 마련됐다.
고 허창호·허창식 하사의 유해가 국립제주호국원 현충관에 들어서자 정복과 전투복을 입은 군관계자 등이 도열해 맞았다. 안장식이 거행되자 유가족들은 이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국방부는 고 허창호·허창식 하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호국의 형제’라 명명했다. 6·25전쟁 전사자 형제가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묘지에 6·25전쟁 호국의 형제 묘역이 조성된 것은 네 번째다.
‘호국의 형제’ 묘역이 호국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묘비 앞에 고인의 조카가 쓴 추모글과 전투 경로 등을 새긴 추모석이 설치됐다.
유가족들은 고 허창호·허창식 하사의 묘역 앞에서 제를 올리며 넋을 기렸다.
3남 1녀 중 막내인 허창화씨(88)는 “죽기 전에 두 형님을 나란히 모실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이제 마음 편히 서로 손잡고 고향에서 깊이 잠드실 수 있을 것 같다”며 “고생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 허창호·허창식 하사는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3남 1녀 중 장남인 고 허창호 하사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9월 제주에 있던 제에5훈련소 입대해 국군 제11사단에 배치됐다. 이듬해 1월 전남 영암 일대에서 벌어진 호남지구 공비토벌 작전 중 만 19세에 산화했다.
허창호 하사 유해는 전사 직후 수습돼 1958년 제주 충혼묘지에 안장돼 있었다.
고 허창식 하사도 형의 뒤를 이어 1950년 9월 5훈련소에 입대해 똑같이 국군 11사단에 배치돼 호남지구 공비토벌 작전에 참전했다.
허창식 하사는 당시 작전에서 형을 잃은 슬픔을 뒤로한 채 강원도 양양으로 이동했고 1951년 5월 동해안으로 진격하던 국군이 인제 저항령 일대에서 북한군 6사단과 맞서 싸운 설악산 부근 전투 중 만 18세에 전사했다.
허창식 하사 유해는 그로부터 60여 년이 흐른 2011년 산악 암석지대인 저항령 정상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제12보병사단 장병들이 발굴했다.
허창화씨가 2021년 4월 형님의 유해를 찾기 위해 서귀포시 서부보건소를 찾아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이후 발굴한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고 허창식 하사로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