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무사(大公無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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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춘추시대 때 기황양(祁黃羊)은 진(晉)나라 왕인 평공(平公)의 책사였다. 어느 날, 평공이 기황양에게 물었다. “남양에 현령 자리가 비었는데 누구를 보내면 좋겠는가.” 기황양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해호(解狐)면 될 것이옵니다.”

평공이 놀라며 말했다. “그대는 해호와 원수지간이 아닌가. 어찌해 그를 추천하는가.” 그러자 기황양은 “주군께서는 적임자를 물으셨지, 소신과의 관계를 묻지 않으셨습니다”고 답했다. 이렇게 임명된 해호는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이 반겼다.

▲얼마 후 평공이 기황양에게 나라에 군위(軍尉)가 비었는데 마땅한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다. 기황양은 망설임 없이 답변했다. “기오(祁午)가 가장 적합니다.” 평공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기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니오.”

기황양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주군께서는 적임자를 물으셨지, 제 아들인지 묻지는 않으셨습니다.” 평공은 이번에도 기황양의 추천을 따랐다. 기오는 모든 일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해 칭송을 받았다.

▲공자((孔子)는 훗날 이 일을 듣고 평가한다. “공직을 추천하는데 원수라고 배제하지 않았고, 아들이라고 피하지 않았으니 기황양이야말로 대공무사하다(外擧不避仇 內擧不避子 祁黃羊可謂公矣/ 외거불피구 내거불피자 기황양가위공의).”

이 이야기는 사기(史記), 여씨춘추(呂氏春秋) 등에 전해온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대공무사(大公無私)’다. ‘매우 공평해 사사로움이 없다’는 뜻이다. 공적인 일 처리에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제주특별자치도의 2023년 하반기 정기인사가 오는 14일자로 단행된다. 앞서 12일 그 명단이 사전 예고된다. 한데 벌써부터 공직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처음 도입된 ‘성과 우수 공무원에 대한 발탁 추천제’등을 둘러싸고 뒷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5급(사무관) 승진심사 결과에 대해 대상자 일각에서 심사의 불공정성ㆍ편파성 논란이 제기된 게 그 예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무늬만 발탁 추천제”라며 즉각적인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결국 관건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그리고 그 해결점은 대공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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