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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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논설실장

“영국 총리가 독일에서 명예로운 평화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나는 이것이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라고 믿습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던 1938년 9월 30일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4개국 정상이 독일 뮌헨에서 협정을 맺은 후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한 말이다.

윈스턴 처칠은 이 협정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는 불명예와 전쟁 사이에서 불명예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들은 전쟁을 겪을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그의 예견대로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에 의해 협정은 6개월 만에 깨졌고, 그 후 6개월 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뮌헨협정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체코슬로바키아 영토의 일부를 독일에게 넘겨주는 것을 조건으로 히틀러로부터 “독일은 더 이상 영토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받아냈다.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귀국 후 히틀러의 친필 서명이 담긴 서약서를 흔들며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외쳤고, 영국 국민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6개월 후인 이듬해 3월 체코를 집어 삼키고, 슬로바키아는 독립시켜서 독일의 괴뢰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6개월 후인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이다.

체코를 희생시켜 히틀러를 달래보려고 했던 영국과 프랑스는 겨우 6개월 동안 평화를 누렸을 뿐이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히틀러와 협상에 매달린 것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쟁 공포, 그리고 전쟁 준비 및 의지 부족 때문으로 역사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후 뮌헨협정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협정이라는 치욕을 받고 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한 말이 논란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행동’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대량 파괴 살상 후 승전하는 것이 지는 것보다 낫겠지만 그게 무슨 그리 큰 좋은 일이겠느냐”며 이 같이 말했다.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그럼에도 굳이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표현해야만 했을까.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처칠은 “국가의 안전, 동포의 생명과 자유가 걸린 문제에서(중략), 싸우지 않을 수 없을 때는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가 평화보다 전쟁을 좋아서 한 말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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