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 과잉 시대에 지구와 후손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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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 논설위원

종로에서 시인들을 만나고, 인사아트센터 제주갤러리를 찾았다. 김영화·변금윤 2인전 ‘낮·밤: Spiral of moment’ 전시회가 7월 7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두 작가의 작품은 낮과 밤, 곧 삶과 죽음의 순환성 속에 담긴 경험과 인식, 시간을, 나아가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길 위에 선 사람의 그림자를 담아내고 있는 「길 위의 풍경」(변금윤) 같은 영상, 한 편의 소설처럼 풀어냈다는 탈박각시나방의 변태 과정을 보여주는 「나는 있다」(김영화) 같은 설치작품이 존재의 의미를 사유케 한다.

생사와 존재를 말하는 『비유경』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광야에서 놀던 사람이 사나운 코끼리에 쫓기다 우물을 발견한다. 우물 곁의 나무뿌리를 잡고 우물 속에 몸을 숨겼는데, 검은 쥐와 흰 쥐가 그 나무뿌리를 갉아 먹고 있었고, 네 마리 독사가 우물 벽에서 혀를 날름거리고, 우물 밑에는 독룡이 기다리고 있다. 올라가도 죽고 내려가도 죽고, 가만히 있어도 죽는다. 그런데 나무에 붙은 벌꿀이 똑똑 떨어지고 있다. 코끼리는 무상한 삶, 우물은 생사, 검은 쥐와 흰 쥐는 밤과 낮의 시간, 뱀은 사대(四大), 그리고 꿀은 오욕(五欲)을 비유한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오욕의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이다.

‘피로사회’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의 인간들은 그 꿀과 같은 도파민을 입에 털어 넣으며 절제 없는 쾌락에 중독되어 있다고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흐름출판, 2023)은 말한다. 중독 물질·음식·뉴스·도박·페이스북·유튜브 등 넘쳐나는 풍요.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라는 메시지들이 넘쳐나고, 고통을 없애고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의사들은 대량의 알약을 처방한다. 그렇게 쾌락 자극에 반복 노출되면서 우리의 뇌는 내성을 갖게 되어 조그마한 고통도 멀리하려 한다. 흡연, 부족한 신체 활동, 불균형한 식습관과 같이 개선이 가능한 분야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사망하는 사람이 전 세계 사망자 중 70%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당장 맛볼 수 있는 꿀맛에 취해 지구의 죽음까지 위협한다. 2040년 세계의 자연 자본인 육지, 삼림, 어장, 연료가 고소득 국가에서 21%, 가난한 나라에서 17% 감소할 것이며, 탄소배출은 고소득 국가에서 7%, 나머지 국가에서 44%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지구의 죽음과 연결된 문제인지도 모르고 눈앞의 쾌락에 눈이 멀어 벌어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상에 매립을 할 수도 있을 텐데 해양에 방류하는 이유가 비용 문제로 수렴된다. 해양 방류에 340억 원, 지상 매립이나 보관 탱크 증설 등을 통한 비용은 3000억에서 많게는 2조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오염수의 삼중수소가 유전자 손상과 변형을 일으키며 세대 간에 영향을 끼쳐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자본 앞에서는 코앞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일본 어민도 반대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84%가 반대하는 상황에 앞장서서 국제원자력기구(AIEA)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자고 하는 정부와 여당은 어떤 꿀맛을 보고 싶은 것일까?

인과의 법칙을 벗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후손이 지구에서 온전히 살아가려면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인과의 법칙을 떠올리고, 미래를 저당잡고 눈앞의 꿀맛에 탐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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