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공립미술관 공동기획전, 소통과 공감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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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학예연구사/ 논설위원

한라산을 중심으로 남쪽에 있는 서귀포는 산남지역이라고 불렀다. 또 서귀포를 거리상으로 서귀포 칠십리라고 불렀는데 정의현청에서 서귀진(西歸鎭)까지의 구간을 일컫는다. 서귀포는 한국전쟁 이후 급부상한 도시로서 밀감과 관광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최남단 항구도시다.

한때 섬이 보이는 천연의 풍광이나 유명한 폭포가 셋이나 있는 독특함 때문에 파라다이스라는 개념의 관광지가 되기도 했다. 특히 겨울에도 따뜻한 남쪽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허니문 관광의 최적지로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관광의 개념도 바뀌었다. 관광이 자연경관 구경이 아니라 그것에 곁들여서 인문적인 체험을 포함하는 문화관광, 테마관광, 다크투어까지 확장되면서 이제 서귀포는 문화도시로서의 명품도시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이주민 예술가들이 대거 정착하면서 서귀포는 새로운 문화도시라는 국면을 맞게 되었다.

현재 서귀포시는 공립미술관으로 이중섭미술관, 기당미술관, 소암기념관 등 세 곳을 운영하고 있다. 서귀포 공립미술관은 2020년 처음으로 공동기획전을 개최하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와 미술관이 상생해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왔다. 새로운 시대에 도민과 예술가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이번 7월 11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되는 공동기획전 <시始·시視·시時: 세 개의 의미, 하나의 울림>은 <시점>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각각의 미술관에서 해석하고, 그에 걸맞은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적 관점을 조명하고자 마련하였다.

이중섭미술관의 전시명은 시점(始點)이다. 모든 만물에는 처음이라는 시간적 개념이 녹아 있다. 어떤 사물들의 시작점은 독자적이 아닌 상호연관성 속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애에도 탄생이라는 원초적 시작점이 있지만, 삶은 사는 동안 인간은 수많은 시작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살게 된다. 이중섭미술관에서는 회화의 진화라는 시점에서 창작의 새로운 시작을 열어가는 데 초점을 두었다.

기당미술관은 시점(視點)으로 접근한다. 어떤 이는 먼 거리, 어떤 이는 가까운 거리에 집중하기도, 전체를 보기도, 부분을 세밀하게 관찰하기도 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었음을 알았을 때 왜?라는 물음이 생긴다. 기당미술관에서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점으로 만들어지는 작품과 관람객과의 소통에 의미를 두었다.

소암기념관은 시점(時點)을 다루고 있다. 시간이라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자 동시에 공간이 있는 한 영원하다. 현대과학으로도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 시(時·Time)의 개념은,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하고 해석은 무한히 확장되어 왔다. 소암기념관은 이번 전시에서의 ‘시점’은 멈춰 있는 시간의 조각 즉, 시각예술에서 ‘장면의 포착’이라는 의미를 넘어 ‘작품의 구현’이라는 서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이자 그 결과로서 작품에 깃드는 시점의 중첩에 방점을 두었다.

이번 공동기획전은 미술관 각각의 성격을 드러내고, 시대를 함께 포용하며, 일반인과 예술가 간의 소통과 공감을 위해서 기획되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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