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그리고 헤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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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지난달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보랏빛 열기는 결국 6월 17일 서울의 랜드마크 곳곳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성공적인 막을 내렸다.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데뷔 10주년을 맞아 소속사인 빅히트 뮤직이 주최하고 하이브가 주관하며 서울시가 후원한 ‘2023 BTS FESTA’ 이야기다.

페스타(festa)는 축제를 뜻하는 라틴어의 어근인 ‘festum’에서 유래했다. 페스타는 여기서 파생된 스페인어의 피에스타와 함께 이탈리아어와 포르투갈어에서 축제라는 뜻으로 사용되는데 오늘날에는 널리 통용되고 있다. BTS는 매년 데뷔 일을 기념해 팬들과의 축제를 열어왔으나 올해는 특별히 1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와 함께 축제를 기획했다. BTS 축제는 해를 거듭하며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일구고 있는 듯하다.

BTS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썼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격을 한층 드높인 근현대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 되었다.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한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설명하려면 지정학적 위치부터 시작해 6·25 전쟁까지 다양한 부연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BTS의 나라라는 단 한마디면 설명된다. 세상은 이렇게 BTS의 전과 후로 나뉜다.

유학 시절 어린 나이에 상대적으로 체격도 작고 언어의 유창함도 부족한 소수인종 아시아인으로, 더욱이 미국인들이 그나마 알던 일본과 중국도 아닌 한국인으로서 미국 시골에서 생활하다 보면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그런 내가 그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호기롭게 이야기할 때가 있었다. 바로 고려시대 최고 관직인 ‘문하시중’을 지낸 조상의 7세손인 시조의 26대 후손이라는 것과 증조부가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기술을 보유한 인간문화재였다는 개인사를 이야기할 때다. 필자는 그런 흔치 않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때다 싶어 개인의 역사만이 아니라 나아가 대한민국의 뿌리 깊은 역사와 전통, 그와 함께하는 풍부한 문화유산에 대해 덧붙여 자랑스럽게 들려주곤 했다. 누가 그랬던가. 정말이지 해외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

아무리 길게 본다해도 약 40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인들은 알려진 대로 전통과 문화유산에 대한 상대적 빈곤감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미국인들은 오랜 시간과 세월을 거쳐 만들어 낸 유산의 가치, 즉 헤리티지(heritage)에 대해 경외심이 상당하다.

한편 오는 9월 제주에서는 오랜 26년의 역사를 가진 제주들불축제의 존폐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방애’라는 제주 전통 목축문화 정신을 계승한 제주들불축제는 최근 탄소배출과 미세먼지 발생 등 기후 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축제가 아니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제주들불축제의 존재 이유와 함께 그 시작을 되돌아보고(역사와 전통), 무엇이 오늘을 만들었는지(헤리티지)를 먼저 되짚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제주들불축제가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 시대적으로도 적합한 지속 가능한 축제로 계승해 나가야 한다.

헤리티지는 결코 쉽게 복사할 수도, 단숨에 만들어 낼 수도 없는 그것이다. 이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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