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골프장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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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장

▲다양하고 빼어난 자연경관과 온화한 남국적 기후로 천혜의 휴양관광지로 손꼽히는 곳.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하는 중문관광단지이다. 중문단지는 국가 주도 개발 계획에 따라 국제적인 휴양지로 개발하고자 1978년부터 서귀포시 중문·대포·색달동 일원(356만㎡)에 조성됐다. 이곳에는 특급호텔, 중문골프장,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여미지식물원 등 관광시설이 들어서 있다. 1991년 한·소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국·일본 등과의 정상회의가 열린 국제회의 최적지이다.

▲중문단지의 화려함 뒤에는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다. 생존 수단이었던 농지는 개발 초기 수용령이 발동, 공시지가의 20∼30% 수준에 빼앗겼다. 20여 가구가 모여 살던 베릿내 포구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야 했다.

1978년 3월 당시 중문면장이 토지주에게 보낸 안내장은 상황을 짐작케 한다. 안내장에는 ‘뜻밖에 귀하의 토지가 관광단지로 수용케 되어 여러 가지로 애로가 있는 줄 사료되오나 국가시책에 적극 호응하는 뜻에서 토지 매수에 협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로 마무리했다. ‘죄송’은 당초 ‘감사’ 문구를 지우면서 수정된 표현이다.

▲한국관광공사는 헐값으로 사들인 그 많은 땅을 대부분 감정가격에 팔면서 투자금을 회수한 지 오래다. 2010년에는 동부지구 미분양토지 매매대금 1426억원이 완납, 수익을 냈다.

이젠 직영하던 사실상 마지막 재산 중문골프장(91만7764㎡) 매각 방침을 공식화, 또다시 1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2004년 서귀포시 미악산 일대 제2관광단지 개발을 구상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중문골프장 매각 논의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20여 년간 서너 차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매각이 불가피하다면 우선협상대상자로 협의가 시작된 제주특별자치도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2011년에도 제주도는 무상으로 넘겨주거나 공시지가의 60∼70% 수준 매각을 요청했지만 결렬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지역 주민이 흘린 피눈물, 개발 이익의 환원 가치를 돌이켜봐야 한다. 기부채납, 현물 출자, 적정 가격의 매각 등의 방안을 열어두어야 한다. 수익만 챙기고 떠난다는 ‘먹튀’ 오명을 씻기 위한 통 큰 결단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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