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학생인권 모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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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어느 한 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은 교실에 들어와 출석부를 확인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자신의 번호에 곧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담임 교사는 이 학생을 교단 앞으로 부르더니 손바닥으로 제자의 뺨을 강하게 때렸다. 수차례 이어진 폭행 끝에 학생이 바닥에 쓰러졌지만 폭행은 계속됐다.

친구의 온 몸을 발로 밟는 담임을 지켜보는 학생들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의를 제기하거나 폭행을 말리는 학생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개 패듯이 친구를 폭행한 다음 아무런 일 없었던 듯 태연히 농담을 섞어가며 수업을 진행하는 담임 교사의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코피를 흘리는 등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자리에 앉아있던 친구는 해당 수업이 끝나자마자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이 친구는 학교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한참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 소식이 끊겼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 후반 어느날 교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당시만 해도 교사의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교사에게 맞았다는 말을 부모에게 할 수도 없었다. ‘맞을만 했으나까 맞았다’며 자식을 나무라는 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담임 교사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학생은 이른바 문제아도 아니었다. 담임이 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는지 지금도 의문으로 남는다.

물론 당시에도 ‘선생같지 않은 교사’가 있었지만 진심으로 학생을 위해 근무하는 ‘참 스승’도 있었다. 폭력적이고 자격도 없는 교사보다 좋은 교사들이 많았다고 확신한다.

세월이 흘러 당시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학부모가 되면서 교사의 권위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내 아이만 귀하다’는 생각으로 수시로 학교를 찾아가 교사에게 폭언을 퍼부으거나 악성 민원을 넣는 부모들이 적지않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곱디곱게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교사를 상대로 한 폭언과 폭행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모르는 것 같다.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등 교권 침해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특정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전국의 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등 도내 6개 교육단체 대표들은 최근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을 만나 추락하는 교권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도내 교사들도 더 이상 학교가 안전한 일터가 아니라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교육단체 대표들은 교육감과의 면담에서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 견딜 수 없어 하는 학생이 늘고 있고, 교사 개인에게 한풀이하는 보호자도 늘고 있다고도 밝혔다.

실제로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6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6월까지 23건의 교육 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했다.

입시 중심과 성적이 우선시되면서 교육 현장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사에게는 교권, 학생에게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대립적 관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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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3-08-04 06:32:26
인권이 교권보다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