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지족(安分知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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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요즘 8월이라 한낮 최고 기온이 35℃까지 치솟는다. 밤에도 최저 기온이 25℃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 마치 열대지방의 밤처럼 잠들기 어렵다. 한낮의 태양열에 의해 달궈진 땅의 수분은 수증기로 증발한다. 이 열기가 밤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마 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했을 때 나타난다. 공기의 흐름이 원활한 해안지방보다 내륙지방이,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자주 나타난다. 사람이 숙면하기 적당한 온도는 18∼20℃다.

의사는 건강을 유지하려면 나이 들수록 부지런히 걸으라 한다. 주 3회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 절주와 금연을 실천하면 좋단다. 

나는 올해 6월부터 더위를 피해 새벽 시간에 걷기로 다짐했다. 새벽 3시 무렵 눈을 뜬다. 물 한 컵 마시고 간단한 운동복 차림으로 대문 밖을 나선다. 가는 곳은 초등학교 운동장이다. 집에서 학교 입구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다. 

운동장 트랙으로 들어선다. 바람 한 점 없이 덥고 적막하다. 운동장 북쪽 길가 가로등이 운동장 쪽으로 비추고 있어 환하다. 트랙은 타원형으로 선명하다. 한 바퀴 돌면 5분 걸린다. 발자국으로 환산하면 대략 520보쯤 된다. 일곱 바퀴 돌면 35분 정도 시간이다. 걷는데 요즘은 발걸음이 무겁다.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발이 끌린다. 빠르게 걷는다 해도 남의 뒤를 따라간다.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알고 살아갈 나이다.

안분지족의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으나 중국 요(遼)나라에 허유(許由)라는 현명한 성인이 있었다. 요 임금은 자신보다 훌륭한 허유에게 왕의 자리를 양보하려고 그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해와 달이 떠 있는데 횃불을 든다는 것은 웃음거리고, 비가 오는데 밭에 물 주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이 나라에는 허유라는 성인이 있는데 내가 임금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자네에게 임금 자리를 넘기겠노라.” 허유는 일언지하로 거절하고, 도리어 그 말을 들은 귀가 더럽혀졌다며 흐르는 계곡물에 귀를 씻었다. 마침 허유를 찾아왔던 친구 소부(巢父)는 허유의 말을 듣고, 귀를 씻은 물에 자신이 몰고 온 소의 입이 더럽혀질까 봐 두려워 상류로 올라가 물을 먹였다는 이야기의 그림 허유세이도(許由洗耳圖). 

허유는 평소 새들은 숲속에 둥지를 지어도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고, 큰 짐승은 강물을 먹고 배가 차면 그만이라는 지족(知足)의 도리를 가르쳤고,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고 머무를 줄 아는 ‘지지불태(知止不殆)’와 자신의 분수를 알고 만족하면 평안하다는 ‘안분지족’의 지혜를 갖추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존경받는 현명한 사람이 된다고 했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과 같아, 서두르지 말라 한다. 욕심을 버리고 현실의 상황에서 만족감을 중시하는 태도는 평온하고 안정적인 마음을 가져올 수 있게 도와준다. 마음에 욕망이 차오를 때는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이기는 법만 알고 지는 법을 모른다면 반드시 해가 미치게 된다.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 자신의 분수를 지키는 일이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진 것에 대한 감사와 안분지족하는 마음은 풍요로운 삶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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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무 2023-08-22 21:02:11
안분지족 - 자신의분수를알고 만족할줄알면 평안하다. 쉬울수도있지만 어려운 숙제네요~ 오늘도 이 숙제를 잘 풀어보려 노력해봐야할거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두리맘 2023-08-22 20:50:33
많은 깨달음과 생각을 하게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소정아빠 2023-08-22 20:48:59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