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개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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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전, 작가·방송인

얼마 전 부모님 제사 지내러 고향엘 다녀 왔다. 가자마자 항상 그렇듯이 고향 벗들 만나서 술 한잔하고 제사 다음 날 화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아는 후배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형님 뭐 드실래요?”하는데 별생각 없이 “갈칫국!” 했더니 후배가 익살스럽게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 형님 대통령도 아닌 사람이 무사 갈칫국을 먹젠 햄수과?”란다. 대통령과 갈칫국? 얼른 감이 안 잡혀서 “뭔 소리여?”했더니 “아 요즘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 잠재운다고 대통령이 수산물 시장 가서 밥 먹는 기사도 안 봐수과?’”란다. 별로 반갑지도 않은 인물의 수산물 먹기 쇼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식사 자리는 시무룩해졌지만, 어쨌든 화제는 오염수 방류 문제로 이어졌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후배가 갑자기 “형님 정치인과 개의 공통점 아세요?”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얼떨결에 퍼뜩 머릿속을 스쳐 가는 생각이 있어서 “돌머리?” 했더니 “돌머리요? 거 무신 헤뜩한 소리꽈?”란다.

그래서 퍼뜩 스쳐 간 내 생각을 말했다. “아 왜 헤뜩해? 노량진 수산 시장 가서 생선 들어있는 수조의 바닷물을 손으로 떠 마시며 안전하다고 하는 정신 나간 국회의원이 있질 않나? 대통령만 해도 그렇지. 부산 자갈치 시장 가서 아나고 비빔밥을 먹지 않나, 자네 말처럼 요즘도 수산시장 가서 수산물 먹으며 미소짓는 거 보면 돌머리가 틀림없지. 아 머리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오염수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수산시장 수조 물이나 회덮밥 먹는다고 국민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믿겠냐고? 과학자들조차도 갈라져서 위험하다 아니다 말이 많은 판인데 과학적 데이터를 믿으라고만 하니 돌머리들이지. 중요한 건 과학적 데이터가 아니라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백성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거야. 그런 측면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딱 한 가지, IAEA 사무총장과 기시다,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직접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면 끝나는 거 아냐? 그것도 다른 곳에서 마시면 오염수가 아닌 생수니 뭐니 말이 많을 테니까 후쿠시마 현지에 가서 저장시설 파이프에서 직접 여러 잔 받아마시면 끝나는 거야.”라고 했다. 그러자 동생 왈 “아 이 형님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내가 헤뜩하다고 한 건 정치인 이야기가 아니라 개가 왜 돌머리냐 이거야? 얼마나 영리한데?”란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백성들은 오염수 방류 때문에 걱정하는데 일본 입장만 설명하느라 바쁜 정치인들 생각하니 감정이 앞서서 견공한테 결례를 범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정답은 뭔데?” 했더니 “뭐라고 떠들어도 둘 다 개소리라는 거지!”란다. 헐! 그렇구나. 누가 지어낸 우스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곡을 찔렀다.

비행기를 타고 멀어져 가는 고향을 바라보면서 섬인 데다 일본과 가까우니 오염수로 인한 걱정이 다른 곳보다 더 클 텐데 마음이 아팠다. 그나저나 부모님 제사상에 해마다 솔라니를 올렸는데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그마저도 불효가 되지나 않을까? 귀신에게는 오염수가 무해 할지 몰라도 말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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