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엄초등학교 개교 100년 추억 5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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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엄초등학교 개교 100년 추억 5리길

강호준.
강호준.

강호준,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새벽 수탉 기상호령에 반쯤 트인 눈꺼풀을 비비며 찬밥 몇 술을 허기진 배에 옮기고 책보를 걸어 매어 등교에 나서던 1960년대….

먹을 것, 입을 것이 궁핍했지만 세월을 위로하며 나누었던 스쳐 지나지 못할 소중한 군상(群像)들이 아련하다.

뙤약볕, 때론 눈보라와 비바람 포화 속에 송냉이(용흥)에서 구엄초등학교를 오가는 코흘리개 꼬마의 5리길(2㎞) 장정은 힘든 고행이었다. 고픈 배를 달래며 왕복구간 중엄 신곶동산 버거운 등정을 거쳐 귀가하면 녹초가 됐지만 그래도 여로엔 향기가 흘렀다. 늘상 그 길은 앎과 삶이 만나는 학습의 현장이었고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는 좋은 놀이터였다.

누런 이삭 매달아 군무(群舞)로 넘실대는 담 너머의 가을곡식을 관조하며 자연의 섭리를 배웠고, 길가 밭에 심어진 고구마며 무는 허기 보충에 좋은 간식거리였다. 심지어 수박과 참외 서리도 철부지 아이에게는 그리 흠이 되지 않는 시절이었다. 그랬기에 학교에서 배급 주는 강냉이떡 여운은 며칠 입맛을 다시게 했고, 가끔 아껴 할머니께 일부 진상하면 착하다는 칭찬에 곯은 배도 채워졌다. 더운 여름날 소가 먹는 동네어귀 흙탕물에 남녀 가림 없이 뛰어들어 멱을 한바탕 감고 집으로 가는 것도 하루 일과였다.

이제 구엄초등학교 문을 나선지(24회 졸업) 어언 56년여, 기억의 창고에 저장된 추억을 소환하니 그 시절 모습은 해변 가 아이들의 ‘맨죽이(올챙이)물 웃드르놈’이라는 놀림마저도 천연향으로 영상화되어 입가의 미소로 흐른다.

그러나 유통기한을 넘겨 이마에 주름계급장을 그린 지금, 옛 기억은 신세대의 공감외면과 함께 문명에 떠밀려 동화(童話)가 되었다. 검정 통고무신 닳던 오솔길엔 아스팔트 포장으로 숨 막힌 흙의 통곡이 애절하고 고향에는 나이 들어 남겨진 촌로들이 마을 불침번을 선다. 걱정을 파종해서 분노를 수확하는 농부들 긴 한숨이 멈춰버린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대신하는가하면 가족이 해체되어 옛날의 정서도 흐르지 않는다.

지난날이 아름다운 건 돌아갈 수 없어서가 아니라 기대어 울 이웃과 따스한 자연이 있음인데 그 품이 사라져간다. 서로를 안으며 빈 가슴 채워가고 동구 밖 팽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그런 고향은 둥지가 붕괴되어 후세들은 앞으로 같은 고향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무엇으로 고향을 삼을까? 밤을 삼키던 장마철 개구리들의 합창과 초가마당을 넘나들던 반딧불이 는 정녕 우리 곁을 떠난 것인가….

구엄초 100년사에 던지는 스스로의 질문에 상큼한 답이 어렵다. 하지만 져버리지 말아야 할 가치는 고향땅 기댈 어깨가 됐던 선대들의 노고와 희생을 기억해야 함이다. 이슬은 풀잎에서 살지만 사람은 가슴에서 살아야하기에 더욱 그렇다.

머리에 서리 내려 서쪽 노을을 바라보는 요즈음, 세월 따라 5리길 청정 흙 내움 속 교정을 반추하니 향기롭던 그때 그 시절, 오래 품고픈 마음 간절해진다. 그게 석양빛에 답하는 나의 소박한 실천이라 여겨지기에….

구엄초등학교 개교100주년을 거듭 축하한다.

 

 

▲행정시를 어찌해야 합니까?

임동욱.
임동욱.

임동욱, 서귀포시주민자치위원회 협의회장

 

최근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 17년 만에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서 질문. 행정시를 어찌해야 할까?

첫째, 도지사의 권한이 막강한 것이 아니다. 행정시장의 권한이 부족한 것이다. 하지만 도지사가 권한을 내려놓고 싶어도 법적, 제도적 한계가 있다. 법과 제도의 개선 없는 행정시는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든 바뀌어야 한다.

둘째, 양 행정시는 자체 예산이 없다. 세금을 못 받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양 행정시의 ‘균형발전’이라는 틀에 갇혀 각 마을의, 나아가 2개 행정시의 특색을 살리는 사업을 하기 힘들다. 규제에 가까운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셋째, 행정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고, 시민이 뽑지 못한다. 따라서 현 체제에서는 젊은, 그리고 시민과 호흡하며 성장한 정치가가 탄생하기 힘들다. 226개 지자체 중 시장을 뽑지 못하는 시민은(엄밀히 말하면 행정시민), 서귀포와 제주시민이다. 투표의 힘으로 시장을 뽑아 권한을 주고, 정당한 요구를 해야 한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안 중 어떠한 것이 주민투표 등을 통해 선정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는 것이 있다. 우리는 타 지자체와 같은 ‘시민’이라는 것. 그래서 법인격 없는 행정시에서 ‘행정’이라는 꼬리표를 떼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간선도 아닌 도지사가 임명한 ‘행정시장’이 아니라, 남들과 같이 우리 손으로, 투표의 힘으로 뽑은 ‘시장’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본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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