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곧 돌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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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우 제주대학교 교수 실버케어복지학과/논설위원

추석을 앞두고 제주는 주말마다 벌초가 한창이다. 지금도 제주의 벌초는 일가친척 모두가 모이는 중요한 행사이다. 오죽하면 육지에 나가 있는 친척들도 벌초에 맞춰 고향을 방문할 뿐만 아니라 추석에는 오지 않더라도 벌초에는 꼭 참석하라고 할 정도이다.

제주의 이러한 공동체적 생활문화는 벌초문화만이 아니다. 요즘은 장례식장과 호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장례와 혼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안에서 또는 마을회관에서 치르는 게 일상이었다. 특히 동네에 장이 나면 물질은 물론 동네 주민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그곳에 모여 도와주고 아이들도 그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제주에는 평소에는 옆집에서 뭘 하든 관여치 않으며 각자 생활을 하다가도 힘들거나 대소사와 같이 일손이 필요할 때는 다 같이 서로를 위하는 수눌음문화가 있다. 두레와는 또 다른 형태의 고유한 공동체 문화이다.

또한 제주 어느 집안을 들여다보면 은할망 제사를 지내는 곳이 많이 있다. 두 번째 부인과는 다른 또 다른 가족울타리로서 제주에만 나타나는 공동체적 가족돌봄 형태이다. 제주의 은할망은 흔히 남편을 일찍 잃고 홀로 또는 어린 자녀와 살아야하는 한 가정을 같은 돌담 안에서 두 가족을 이루어 보호하고 살아가는 공동체적 가족형태인 것이다. 

최근 고령화와 저출산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구조뿐만 아니라 가족구조의 변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양과 양육이라는 돌봄영역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에 정부는 지역과 마을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으며, 제주에서도 지역사회기반 마을 공동돌봄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김경미)를 중심으로 마을 공동돌봄 활성화를 위한 워킹그룹 결과 보고회를 열고 관련 조례제정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 전국 최초로 논의 되고 있는 이번 조례는 마을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주민자치를 바탕으로 마을의 공유자원을 활용하여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동네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을 공동돌봄은 돌이켜 보면 앞서 얘기한 제주의 고유한 생활문화를 현대적 개념으로 해석하고 지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정부에 의한 공급자 중심의 보호체계가 아닌 동네 사람들 스스로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수요자 중심의 공동돌봄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비석치기와 윷놀이,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놀던, 제삿날이면 옆집 할망집에 반(제사음식)을 건네고 겨울이면 범벅을 만들어 건네며 안부를 전하던, 동네 삼촌에게 아이를 맡기고 물질가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 우리사회에서 필요한 마을 공동돌봄체계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우리가 추구하는 마을 모습은 이처럼 다 같이 어울려 웃으며 사는 옛 동네일 것이다. 제주에는 돌담이 마을 구석구석을 이어준다. 모양도 크기도 모두 다른 돌이 허술한 듯 단단히 얽혀 있는 모습은 마치 동네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마을 공동돌봄체계가 추구해야할 가치라고 감히 이야기하며 기대해본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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