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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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논설위원

사회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컴퓨터의 경우 불과 몇 년 전에는 단지 문서를 작성하는 정도에 그쳤던 것이, 통신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더니, 이제는 강의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하는 세상이 되었다.

십수 년 전, 핸드폰을 바꾸려고 가게에 갔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되었을 법한 아이와 엄마가 들어와 상담한다. 핸드폰이 물에 빠져 작동이 안 되었는데, 엄마는 인터넷이 잘 되는 핸드폰은 공부에 방해되니 옛것을 고쳐 쓰라는 것이고, 아이는 새것을 사달라는 것이었다. 

아마 아이가 새것을 사고 싶은 욕심에 일부러 화장실에 빠트려 고장을 낸 것 같았다. 내가 옆에서 거들었다. “어머님, 앞으로는 핸드폰이 없으면 공부할 수 없는 세상이 됩니다. 애야, 뭐 하고 있니? 핸드폰 사 주시면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드려야지”라고 했더니, 아이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좋아했고, 결국 새것을 사는 것으로 결정되는 듯하더니, 이번에는 엄마가 “새것은 내가 쓰고, 엄마 것은 네가 쓰거라.”라고 한다. 참참참… 아이의 미래를 엄마의 과거로 돌리려는 것인가?

십 년도 훨씬 전 일이다. 강의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해두고 사용방법을 강의한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그 강의실에 나타난 교수는 나를 포함하여 단 두 명뿐이었다. 강의를 듣고 나니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컴퓨터 화면에 글자를 쓰면 글자가 대형칠판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강단 앞에 설치된 카메라가 강의자를 따라다니며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곧바로 “다음 학기 강의는 이 강의실에서 하겠다”고 신청을 했더니, “그 강의실은 모두가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한 학기 내내 사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기껏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강의에 참가한 사람이 고작 두 명인데, 누가 그 강의실을 쓴다는 말인가? 그 이후로 그 강의실은 아마 폐쇄되었거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이후로 학교에서는 비대면 강의가 늘었다. 어떤 학년은 교수 얼굴도 모르고 2년을 마쳤다고 하며, “강의실에서 강의를 받은 적이 없으니, 등록금을 일부 돌려주어야 하지 않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대학이라고 들어와 친구들과 만나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었을 터인데, 뜻하지 않게 대면을 금지하여 학교에 가본 적이 없어서, 아직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몰랐을 것이니, 그런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비대면 강의를 하면, 대면 강의 때와는 달리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는 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강자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고, 강의자는 자기 책이 있어야 강의할 수 있기에,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노력하지 않는 나태한 교수가 있다면 귀찮을 것이고, 놀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면 불만스러울 것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하였던, 자의에 의해 하였던, 지금은 사람들이 비대면에 잘 적응하고 있는데, 아직도 이곳저곳에서 대면을 강제한다고 하니 왜인가?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뒤쳐지지는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믿지 못하면 시키지 말고, 맡겼으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두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은 있나. 완장질은 웬 완장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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