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역사, 문화공동체가 제주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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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창일 전 주일본 대한민국 특명전권대사
지난 6일 오후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일보 주최 제주人 아카데미에서 강창일 전 주일본대한민국특명전권대사가 ‘제주는 어떤 곳이고, 제주인은 누구인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고봉수 기자

강창일 전 주일본 대한민국 특명전권대사는 지난 6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일보 주최로 열린 ‘제주人 아카데미’ 첫 번째 강좌에서 ‘제주는 어떤 곳이고, 제주인은 누구인가-제주인의 정체성’을 주제로 격절의 섬, 수탈과 착취의 섬, 아픔의 섬으로 점철된 제주의 역사를 통해 제주인의 정체성을 연구해온 결과를 공유했다.

▲ 제주인의 세계관 ‘우주의 중심’

제주 사람들에게는 섬사람이라는 인식이 없다. 제주 자체가 ‘저 세상’이 아닌 ‘이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우주의 중심에 서 있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한라산이 우뚝 솟아있고, 이를 둘러싼 넓은 바다인 태평양이 있다. 독립된 환경 속에서 형성된 강한 자의식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제주인의 정신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제주 사람은 예로부터 누구에게도 예속 받지 않는 독립인이자 자유인이었다.

강 전 대사는 “제주도가 한반도에 복속된 것은 불과 1500년 전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된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제주는 주변 사람이 아닌 자급·자족하는 우주 중심의 땅이었다”며 “이후 육지의 지배 권력에 의해 수탈과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저항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구조화된 수탈은 도민들의 생존권 투쟁으로 이어져 결국 국가권력을 상대로 한 정치투쟁으로까지 나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 전 대사는 “저항의 밑바닥에는 생존권은 물론이며 자신을 지켜내려는 자유의지가 내재해 있었다”며 “조선 후기에 제주도가 ‘민란’이 가장 빈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는 그렇게 반란의 섬, 착취에 대한 저항의 섬이 됐다”고 말했다.

▲신화·탐라 왕국·원의 지배·조선왕조 시대의 제주

제주는 높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설문대 할망이라는 창조신화를 가지고 있다. 1만8000여 신이 구전되고 있는 것이 제주 신화시대의 특징이다.

탐라 왕국 시대 제주는 한반도와의 이질성을 갖는다. 삼성혈 신화는 부족국가 시대의 신화로 단군 신화, 박혁거세 신화, 김수로왕 신화와는 다르다. 땅에서 시조가 출현하고, 활이 등장하는 것으로 지배계급과 피지배 계급이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강 전 대사는 “2세기에서 4세기에 걸쳐 고인돌 문화가 존재하고 청동기, 철기문화가 유입되면서 부족국가에서 고대국가로 발전했으며 250년경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한반도와 다른 해양 종족으로 묘사된 기록이 나온다”며 “탐라 왕국은 498년 백제에 복속됐다. 왕국은 존속됐지만 고려 태조에 이어 1105년 숙종 때 정벌되면서 탐라 왕국에서 고려의 군으로 편입됐다”고 밝혔다.

삼별초의 난에 이어 1273년 여·몽군에 의해 진압되면서 원의 직할지가 된다. 목마관인 묵호에 의한 통치가 시작됐고, 원은 백여 년간 통치하다 1370년 묵호의 난이 진압됐고, 다시 원으로 돌아갈 수 없는 묵호는 제주에 정착하게 된다.

조선 시대부터 제주의 땅은 극히 적은 사유지를 제외하고는 왕의 땅(王土)이었다. 중앙과 떨어져 있다 보니 중간 관리자에게 많은 통치권이 위임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제주인은 구조적으로 관에 의한 착취와 수탈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강 전 대사는 “제주도는 남양·중국·일본·한반도의 여러 지역과 바닷길로 연결되어 있다. 19세기 말 이후 일본은 제주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했고, 해방 후 미국도 제주를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했다”며 “단절의 의미였던 바다가 사실은 서로를 연결하는 통로 즉 연결 고리였다. 한국 근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제주4·3은 이런 배경 속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항쟁의 땅 제주

‘제주4·3’의 비극은 1947년 3월 1일 ‘3·1운동 기념대회’에서 일어난 경찰의 발포로 시작됐다.

무자비했던 서북청년단의 폭력에 경찰의 과잉 진압이 더해지자 억눌렸던 도민들의 분노가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생존권을 지키고 불의에 대한 저항이었던 몸짓이, 시위가 격해지고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정치적 투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1948년 4월 3일을 기해, 자위적 차원에서 무장봉기하면서, 단독선거를 거부하고 통일 민족국가의 수립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강 전 대사는 “이 때문에 제주도민은 처절한 피의 보복을 당한다. 권력의 살육은 한라산을 붉게 물들였다”며 “또한 폭력에 저항하고 살아남는 과정에서 분열과 반목, 살상과 파괴가 자행됐다. 그 후유증과 상처는 아직도 완전히 아물지 못한 채 제주민의 가슴에 아픔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군은 제주가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1947년 7월 1일 제주도를 전라도에서 빼내 제주도로 승격시킨 미군의 속셈은 제주도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일어난 제주4·3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99년 민주화에 힘입어 ‘4·3 특별법’이 제정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족에게 사과했으며,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4·3 진상규명과 국가 배보상을 규정하는 특별법 개정은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명예회복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으로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가장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

제주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자존심 강한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할 줄 알며, 옳고 그름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정의감을 가지고 산다. 어디를 둘러봐도 싱싱한 녹음이 우거지고 그 속에서 바지런한 사람들과 환경 속에서 어우러져 서로를 다독이면서 오묘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

제주는 변방이 아닌 동북아시아의 중심지이며,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등 유네스코 3관왕이 입증하듯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특히 ‘세계 평화의 섬’으로서 상징성을 가지는 곳인 제주는 인류가 보존하고 지켜야 할 땅이다.

강 전 대사는 “제주인의 정체성은 언어공동체로서의 제주인, 역사공동체로서의 제주인, 문화공동체로서의 제주인, 그리고 지역공동체로서의 제주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미래 세대에게 제주어와 탐라사, 제주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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