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역사 뒤안길로…2025년부터 '불 없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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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첫 개최, 26년 전통 제주 대표축제도 기후위기에 '속수무책'
강병삼 시장, 공론화 결과 수용…내년 새로운 축제 콘텐츠 발굴
2024년에는 축제 준비의 해…내후년부터 오름 불 놓기 없는 축제 진행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들불축제 현장 모습. 축제 하루 전인 지난 3월 8일 정부가 산불 방지 담화문을 발표, 불 놓기를 전면 금지하면서 오름 사면에 불을 놓지 못했다. 고봉수 기자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들불축제 현장 모습. 축제 하루 전인 지난 3월 8일 정부가 산불 방지 담화문을 발표, 불 놓기를 전면 금지하면서 오름 사면에 불을 놓지 못했다. 고봉수 기자

26년의 전통을 이어왔던 제주의 대표 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불이 없는 축제로 열린다.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경칩이 속한 3월 초순에 축제가 열리는 데다 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 위기시대에 역행해서다.

제주시는 새로운 축제 콘텐츠 개발을 위해 내년에는 축제를 열지 않고, 2025년 오름 불 놓기가 없는 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1일 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숙의형 원탁회의가 제시한 권고안을 수용, 향후 축제에서 ‘오름 불 놓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2025년 열릴 제주들불축제부터는 생태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시대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를 선보이겠다”며 “2024년은 들불축제를 개최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축제로 재도약할 수 있는 축제 준비의 해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는 내후년에는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 전후로 축제를 개최할 방침이다.

봄이 오기 전 해충을 없애기 위해 들판에 불을 놓았던 풍습인 방애(放火)를 기본 테마로 한 들불축제는 1997년 처음 열렸다.

새별오름 남쪽 경사면 7만6000㎡(축구장 8개)를 태우는 것이 축제의 백미다.

제주의 대표 축제는 겨울 추위와 강풍을 피하기 위해 2013년부터 3월 초순으로 옮겨 개최됐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지난해 봄에는 강원·경북 산불로 이재민이 나오면서 취소됐다. 올해 25회 축제 역시 강원지역 산불이 발생해 오름에 불을 놓지 못했다.

정부는 축제 개막전인 지난 3월 8일 산불 방지 담화문을 발표, 산불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해 관련법에 따라 ‘산림 또는 산림 인접 지역의 불 놓기’를 전면 금지했다.

오름 불 놓기 당일에만 15만명을 포함해 축제 기간 30만명이 찾은 들불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급속한 기후 변화와 산불 위험이 더해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제주시는 2025년 ‘제주들불축제’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되,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한다. 다만, 불쏘시개로 이용해 왔던 달집(짚단)은 설치, 소원지를 태우는 행사는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축제 아이템을 공모하고, 관광객과 시민 모두가 오름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를 2025년부터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제주들불축제에 오름 불 놓기가 진행된 모습. 고봉수 제주일보 기자
코로나19 전인 2019년 제주들불축제에 오름 불 놓기가 진행된 모습. 고봉수 제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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