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남발에 대한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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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올해 한글날 10월 9일은 577돌로 지났다. 우리의 공식 언어인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세종대왕께서 창제하고 반포하셨다. 한글의 우수성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창제원리에 있다. 


한글은 소리를 담는 표음문자이며, 그중에서도 음성을 담는 음소문자다. 초성은 혼자만 존재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나 중성이나 종성이 붙어야 글자가 된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이다.


여기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라는 옛 조상님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알고 보면 더욱 매력적인 한글, 소중히 여기고 써야 한다. 영어의 경우 대소문자 구별도 있고 글자 그대로 읽지도 않는다. 영어는 알지 못하면 읽지도 못하는 글자이지만 한글은 기본 구성만 안다면 무슨 글자도 다 읽을 수 있다.


사람이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나 상호는 2자 또는 4자가 가장 빨리 떠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기업들도 2자의 상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면 현대, 삼성. 대우, 쌍용, 롯데, 해태 같은 이름이다. 이들은 상호를 빨리 인식시키기 위한 홍보 방법의 하나이다. 


70~80년대 아파트 명칭도 2자 또는 순수한 우리말로 자연의 이름을 따거나 지역 이름을 선호해서 만든 이름이 많았다.


예를 들면 한여름, 금강, 개나리. 진달래, 장미, 한남, 사랑으로 부영, 무궁화, 대명, 푸른솔, 롯데, 성원, 양지, 동부, 청마루, 한성, 강변연가, 백합, 신동아, 삼성, 현대, 금호, 미성, 태양 같은 이름들이다.


요즘 신문 기사를 보면 순수한 한글로 쓰면 될 말을 굳이 외래어로 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보편화 경향성을 내세우며 외국어로 표현한다. 


이를테면 ‘마음’이란 우리말을 마인드, ‘거품’을 버블 ‘공개토론회’를 포럼 ‘비대면’을 언택트, ‘통합돌봄’을 커뮤니티케어, ‘관찰’을 모니터링, ‘도덕적 의무’를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용어를 거리낌 없이 쓴다. 


이는 혹여 외국어에 능통하다고 자기 과시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공동주택이나 여러 세대의 이름도 외국어로 래미안 슈르, 힐스 데이트, 그린파크, 휴먼시아, 메타폴리스 같은 명칭이다. 상점이나 음식점 같은 곳의 이름도 매한가지다. 


더구나 우리말에 앞장서야 할 관공서의 동사무소 명칭 ‘주민센터’, 센터는 외래어로 어떤 활동의 중심부다. 동장의 명패는 주민센터장 아니라 ‘동장’이라 쓰여 있다. 통치권자의 권한이라 하겠지만 지나친 감이 든다.


이는 언어의 보편화가 아니라 추종적 모방이며 모국어의 특수성에 대한 용인할 수 없는 자해 행위가 아닌가. 


문제는 그 한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있다고 하겠지만, 우리가 쓰는 한자 어원의 말 대부분이 일본식 쓰임인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 순수나 모방이 아닌 조화의 광장에서 우리의 말과 글이 보편적 세계상을 지니도록 하는 일에 모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거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쓰는 한글의 위대함을 느끼고 사랑해야 할 사람은 국민이다. 


10월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느 시인의 얘기처럼 ‘한 점 부끄러움도 없길 바라는 마음’ 앞에 한글을 사랑하고 외래어 남발은 각성해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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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맘 2023-10-11 19:33:46
매번 좋은글 읽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소정아빠 2023-10-11 19:31:09
항상 좋은글 잘 읽습니다. 한글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