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밥이 쓰다
빚 때문에 밥이 쓰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박상섭 편집위원

‘파나마 A형 독감에 걸려 먹는 밥이 쓰다/ 변해가는 애인을 생각하면 먹는 밥이 쓰고/ 늘어나는 빚 걱정을 하며 먹는 밥이 쓰다/ 밥이 쓰다/ 달아도 시원찮을 이 나이에 벌써 밥이 쓰다/…/ 결혼도 잊고 죽어라 글을 쓰다 폐암으로 죽은 젊은 문학평론가를 생각하며 먹는 밥이 쓰다/…세상을 덜 쓰면서 살라고 떼꿍한 눈이 머리를 쓰다듬는 저녁 목 메인 밥을 쓴다.’ 정끝별 시인의 ‘밥이 쓰다’다.

밥이 쓴 이유도 참 많다.

밥이 맛있어야 많이 먹고 힘낼 수 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심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과거 ‘꼬꼬댁 꼬꼬 먼동이 튼다/ 복남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모여앉아 꽁당보리밥/ 꿀보다도 더 맛있는 꽁당보리밥/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라며 밥 먹기를 강조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삶이 쓰니까 밥이 쓴 것이다. 밥이 달아도 시원찮을 나이에 밥 대신 빚이 많으면 밥맛이 나겠는가.

▲최근 1년간 국민이 진 빚이 476조에 이른다고 한다.

20·30대 청년 부채도 무려 134조에 육박했다.

최근 국민의힘 김상훈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5대 은행 및 6대 증권사의 담보·신용대출·주식융자 신규 취급액이 476조938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신규부채 중에는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293조원 넘게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 관련 자금 대출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7월 이후 1년간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161조8453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신용대출 21조2230억원을 더하면 1년여간 내 집 마련을 위해 183조원이 넘는 대출금이 동원된 것이다. 청년층인 20·30대의 빚이 만만치 않다. 작년 7월부터 1년간 청년의 빚이 133조8093억원에 달했다.

청년층은 또한 한 해 동안 75조460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8조4888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을 둘로 나뉘는 방법도 많다. 남녀로 구분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이다. 요즘은 경제시대. 빚이 있는 사람과 빚이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

또 빚을 갚을 수 있는 사람과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으로 나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이 나라에는 빚이 많아 밥맛이 쓴 가난한 영혼들이 그리 많은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