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에 왜 평화공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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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고래(古來)로 평화는 마땅히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냉전시기에는 우발적 핵전쟁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 전투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 모두가 무기를 폐기하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 즉 전쟁 없는 세상은 사실상 요원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무기를 버릴 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 전쟁을 대비해 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쪽 역시 스스로 지키기 위해 무기를 폐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인류가 한 뜻으로 무기를 내려놓는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현실의 모든 작위적 전쟁은 사라지고 평화는 지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전혀 딴 판이다. 미래에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다만 현재 세계는 모두가 비등한 대량살상무기와 군사력을 보유하는 데서 나오는 전쟁 억제력을 통해 모든 나라가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물론 이런 상황을 실질적인 평화로 간주한다. 그리고 세계는 '세계평화지수'라는 지표를 갖고 자국의 평화 상태를 가늠하기도 한다. 물론 이 평화지수는 주변에 대치 중이거나 무력으로 대립 중인 나라가 없거나, 분쟁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치안이 좋거나 나라 자체가 선진화되어 있을수록 높다. 

2019년 기준으로 일본의 평화지수는 9위로 높은 편이나, 한국의 그것은 55위 정도로 낮다. 이처럼 한국의 평화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안보 상황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북한의 전쟁 도발 가능성 때문이다. 그래서 한반도는 불안한 분쟁지역 중 하나이다. 바로 인접에 호전적이고 무력으로 무장한 북한이 대치하고 있고 분단 상태이며, 심지어 휴전 상태에 놓여 있음을 방증(傍證)한다. 즉, 평화지수가 내려갈 수밖에 없는 평화롭지 못한 나라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주도에 국방부 소유의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일제의 소위 ‘알뜨르비행장’ 부지에 제주평화대공원이 조성되고, 거기에 전시관·추모관 등을 건립하기 위해서 571억원의 재정이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평화대공원 조성 사업 부지 확보를 위한 국유재산 무상사용 허가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해당 군사유적지 69만㎡를 제주도가 무상 사용하기로 했다. 허가기간이 종료되더라도 관계 법령에 따라 10년 단위로 종전 사용허가를 갱신할 수 있는 특례 규정도 마련됐다고 한다. 유사 이래 인류가 평화를 누렸던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그 지름길 또한 없었다. 전쟁은 늘 반복됐다. 현재도 미래에도 전쟁의 위험성은 상존한다. 그래서 한반도 어느 지역도, 특별법상 평화의 섬인 제주도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평화는 힘의 논리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제주 평화의 섬 실현 여부는 국가이념 역량의 문제이지 제주도의 투자 여부 문제는 아니다. 투자 실익 또한 크지 않다. 지금 제주에 가장 절실한 것은 추상적 평화공리공담보다는 도부(道富)를 극대화하기 위한 실리적 투자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제주산업 진흥과 미래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번듯한 산업단지 하나라도 더 만들어 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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