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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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前 애월문학회장·시인

제주목 관아 경내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예전에 목사가 거문고를 타고 바둑을 두거나 시를 지으며 휴식을 취했다는 귤림당 뒤편에 웅장한 모습으로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입니다.

근처에 팽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등이 있지만, 유독 이 느티나무가 단연 돋보입니다. 주변을 살펴보아도 느티나무는 이 나무 말고는 볼 수 없습니다.

언제부터 심어져 지금까지 있어왔는지 모르지만, 높이가 30m에 이르고, 나무 둘레는 어른 두명 정도가 맞잡을 정도여서 오래전부터 심어져 온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나무의 연령은 필자로서는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저 오래된 나무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는 것 말고는 그 나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묵묵히 서 있는 느티나무를 보노라면 제주목 관아를 지키는 수호신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주목 관아에 들어오면 오른쪽으로 영주협당과 느티나무가 잘 어울리네요.

나무 형태도 매끈하고 꿋꿋합니다. 양 쪽으로 둥글게 펴진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안정감을 줍니다. 마음까지 여유로워짐을 느낍니다.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곧게 자란 것이 마치 아무런 고생 없이 자란 양반집 도련님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 나무도 오랜 세월 크고 작은 고난도 겪었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늘 보는 느티나무지만 오늘따라 더 웅장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검붉은 색깔로 익어가서 그런 것 같습니다. 느티나무는 계절 따라 다른 모습을 하는 것이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봄에는 푸르다가도 여름이 되면 더위를 피하는 그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 가을이면 얼굴을 붉히듯 검붉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겨울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뒤 눈이 쌓인 모습을 보노라면 누구나 감탄을 자아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이 검붉은 색깔로 절정을 이루는 시기군요.

느티나무 앞을 서성이던 비둘기 한 쌍도 부지런히 가을을 쪼아 먹고 있습니다. 고운 한복을 입고 연희각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가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네요.

우리나라 느티나무는 보통 4~5월에 노란 꽃이 피고 작고 동그란 열매는 가을에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검붉은 색깔로 익습니다. 목재가 단단하고 광택이 나며 나뭇결이 아름다워 건축재나 가구재, 실내 장식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가로수로 이용되며 그늘이 넓게 져서 흔히 마을의 정자나무로 많이 이용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정자나무는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교환하는 장소로, 또 때로는 서당 훈장의 학문을 가르치는 장소로도 사용됐다고 합니다. 요즈음 커다란 느티나무는 잘 볼 수 없습니다. 아마도 단단한 성질을 갖고 있는 나무여서 가구로 사용하기 위해 베어내서 그럴 것입니다.

느티나무도 꽃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무인데 무슨 꽃말이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꽃말은 ‘운명’이며, ‘포옹’, ‘배려’란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아무튼 느티나무를 바라보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포근하게 안아주면서 한아름 정을 나누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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