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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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시조시인

얼마 전 지인이 제주도 여행을 온다며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것도 제주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엄선된 ‘진짜’ 맛집으로. 종종 물어오는 얘기이긴 하지만 순간 난감했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드나드는 식당이 구분된 것도 아니고, 모든 식당을 다 가볼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 기회에 SNS 소문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내가 이용하는 식당들이 맛집으로 나올까 기대하며 SNS 검색을 시작했다. 품목을 정해 검색창에 썼다. 식당 분위기, 메뉴, 플레이팅, 가격, 맛 등이 생생한 사진으로 적혀 있는 후기들이 많았다. 내가 평소 즐겨 찾는 식당도 보였는데 무슨 일인지 평점이 낮았다. 분명 맛도 좋고 친절했는데…. 과연 여기서 진정한 맛집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후기가 식당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안다. ‘후기’, ‘리뷰’라는 이름으로 식당만이 아닌 모든 생활 요소마다 꼬리표처럼 붙는다. 제품 후기, 체험 후기, 활동 후기, 감상 후기…. 그것이 무엇이든 무언가를 선택하기 전에 꼭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며 사람들의 선택과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 것이다. 후기에 종종 보이는 귀여운 공감 표시나 별점 제도는 사람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면서 무엇이든 쉽게 평가할 수 있게 돼 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똑똑하게 소비하기 위해 SNS에 편하게 쓰기 시작한 후기는 원래 의도대로 대부분 순기능의 역할을 하지만 위험천만한 사례도 심심찮게 보였다. 불편하거나 못마땅했던 부분이 별점 테러와 악평으로 남고 이는 곧 치명타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얼마 전 뉴스에서 업체가 작은 실수를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화가 난 소비자가 악의적인 상황 설명과 함께 별점 테러를 해 결국 이용자가 줄어든 식당이 문까지 닫게 되는 사례를 봤다. 너무나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후기에 한 가게가, 한 사람의 운명이 좌지우지된다는 현실에 마음이 씁쓸했다.

사람들은 어떤 광고보다 직접 사용해 본 사람들의 후기를 가장 믿는다. 그리고 좋고 나쁨의 후기만으로도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게 된다. 이는 글에서 또 글로, 입에서 또 입으로 무한히 전달된다. SNS의 특성상 매우 빠르게 퍼져서 결국 서비스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평가절하 돼 사라지는 업체들이 쌓여간다.

물론 좋은 평점과 좋은 후기만 있을 수는 없다. 위의 사례와 같이 업체의 실수나 잘못이 있을 땐 시정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보다는 논리에 맞는 후기가 필요하다. 비난의 목적이 아닌 품격 있는 비판이 필요한 것이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서로 불신하며 경계하는 살벌한 세상이 아닌 서로 상생하고 공조하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까지 갚는 시대는 아니더라도 말 한마디로 천 냥을 빚지는 일은 없는 후기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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