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晩秋)의 여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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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제주한라대학교 복지행정과 교수/논설위원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다. 아침저녁에 공기가 차가워지고 낮에도 쌀쌀한 기운을 느낀다. 지난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기후 온난화 영향인지 예전보다 기온이 상승됨을 피부로 느껴졌다. 일상적인 삶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자연의 변화는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간 힘들고 지친 시간을 뒤로하고 늦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 아침에 일어나 먼 산을 바라보니 맑은 하늘, 깨끗한 공기와 함께 예전과 달리 산이 더 커 보이고 웅장함을 보여준다. 왠지 마음도 다소 설레게 하루 일과를 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오늘은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것을 멈추고 공영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버스 안에서 일상의 달라진 모습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잠시나마 휴식의 시간을 가진다. 그동안 사소하게 바라보았던 것들이 더 크게 보이고 대단함을 느껴보는 하루 풍경이었다.

며칠 전 TV 날씨 예보에 대부분 산에 단풍이 절정에 다다랐다는 보도를 들었다. 누구나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곳곳마다 울긋불긋 단풍을 보며 더욱 실감을 하게 된다. 필자는 늦가을에 잠시 추억의 시간을 더듬어 본다. 우선 예전 초등시절이 스쳐지나 간다. 그 당시 초등학교 시절에 가을운동회가 아른아른 머리에 맴돈다. 당시에 시내 공설운동장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운동회 기간내내 운동화 대신 집에서 만든 흰 보선을 신고 청군백군으로 나누어 점수를 매겨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하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정성껏 만든 집밥 도시락과 감 등 과일을 먹으면서 즐겁게 보냈던 시간의 추억 속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당시는 대부분 농촌의 삶을 살며 어려운 생활을 하였다. 필자도 당시 가을 수확 철이 되면 어리지만 부모님과 함께 가을걷이를 도왔던 생각이 새록새록하다. 밭에는 보리와 고구마 등을 심었고, 수확한 작물을 밭에서 집으로 손수레(일명 리어카)로 고산 동산을 수차례 갔다 왔다 날랐던 경험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 용기와 지혜를 터득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하여 예전과 같은 풍경은 보기가 어렵지만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었다. 

이제 지난 몇 년간 코로나를 겪으며 나름 고통과 불안의 시간을 보내왔다.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예전 모습으로 일상적인 삶이 회복되고 있다. 사람마다 조금씩 생기가 돋고 활력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그간 집단적인 행사들이 여기저기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직장 동호회, 학교 동창회 등 다양한 모임들이, 지역적으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축제가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10월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계절의 여왕처럼 많은 사람들이 용기와 에너지를 받게 된다. 연초부터 계획된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잠깐이나마 내려놓고 희로애락의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우리는 예로부터 상부상조의 미덕을 주요 덕목으로 여기며 살아온 민족이다. 부족하지만 풍성한 수확의 결실과 풍부한 마음을 한가득 품고 조상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갖자. 오늘은 12절기 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차 한 잔의 향을 음미하는 여유를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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