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짓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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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요즘 이상한 행동을 하네요. 딱히 아픈데도 없으면서 매일 악몽을 꾼다고 하더니 몰라볼 정도로 살이 빠졌어요. 가장 심각한 것은 벽에 대고 혼잣말을 해요. ‘제발 그만 괴롭혀, 나는 네가 싫다고. 왜 자꾸 나타나서 어쩌자는 건데’라며 따지듯 울부짖다가 무섭다고 침대 밑으로 들어가고 한여름 찌는듯한 날씨에도 춥다고 이불을 덮어요.”

식구들이 깜짝 놀란 정신 차려라 무슨 일이냐 물어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형체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노려보고 있고 자꾸 뭘 달라하고 어디를 같이가자고 손을 잡아끈단다.

이사를 잘못해서 우환이 생겼나 걱정만 늘어가던 차에 수맥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귀띔에 동판을 깔고 용하다는 스님의 달마도까지 걸었으나 비웃기라도 한 듯 극성스럽고 요란해졌단다. 외박을 하면 직장까지 따라온다고 한다.

굿이라도 해볼까 하고 잘한다 소문난 집에 달려가서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면 비싼 값 허세를 부리고 결론은 ‘시도는 해 보겠지만 책임은 지기 싫다’는 뻔뻔한 대답만 들어야 했다.

답답한 처지를 두고볼 수 없어 주변에 귀신이나 영혼이 있으면 나와보라하니 한참이나 뜸을 들이더니 초라한 행색의 누군가가 나왔다. 억울하고 비통하겠지만 죽어 육체의 몸을 떠났으면 그 길을 재촉하는 게 당연한데 머뭇거리는 이유가 있냐하니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곧 떠날 채비를 하겠단다.

배움은 짧았지만 소박한 꿈을 이루었는데 실연의 아픔은 헤어 나오기 힘들었고 경마에 빠져 재산을 탕진했단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다가 알코올 중독까지 왔고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단다. 봉사단체에서 조촐한 장례식을 치러줬지만 이름 석자 남기기에도 부끄러웠단다.

어디로 가야 하나 막연했던 차에 젊은 친구가 명복을 빌어 준다면서 유골함에 손을 대기에 무심코 이곳까지 흘러 왔단다. 이쁘게 사는 모습에 질투도 나고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몹쓸 짓을 했는데 부질없는 원망 진심으로 뉘우친단다.

문제 해결은 간단했고 언제 그랬냐 잠도 푹 자고 씩씩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단다. 몸 고생 마음 고생 기억에서 지워내고 용기와 희망으로 밝음만 만들어가나 하더니 부탁이 있단다. 꼭 해보고 싶은 도전이 있는데 외국이란다.

넓은 세상에서 날개를 펼쳐라는 높은 곳에서 오는 기도의 응답이다. 우연을 가장한 천생연분 인연도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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