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팔도명물] ’아삭하고 상큼한 맛…영양도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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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에서 일군 값진 결실…대한민국 ‘新’ 사과 명산지
기후 생각한 ‘친환경’·‘저탄소’ 농법으로 우수 품질 재배

경기도에서는 포천이 대한민국 사과 명산지의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포천 사과'라는 이름이 이제 귀에 익을 정도로 최근 들어 그 위세가 대단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시장과 백화점, 대형 할인점은 물론 동네 편의점에서도 포천 사과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추석 대목에는 전국적으로 사과값이 치솟아 ‘금값’이라 불렸지만, 포천 사과는 추석 선물로 포천의 명물 ‘이동 갈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포천시가 매년 추석 무렵 여는 농축산물축제에서 지역대표 농특산물로 사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도 한몫했다.

포천 사과가 이처럼 자리를 잡게 된 것은 그동안 숱한 실패를 딛고 지역 토양과 기후에 맞는 재배기술을 개발한 농가의 땀과 새로운 소득작물로 육성하려는 포천시의 뒷받침이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포천 사과 ‘의심에서 확신으로’

포천에서 사과가 재배된 지는 20년 남짓 된다. 2000년대 초 일부 농가에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사과나무를 들여와 심어보기 시작했다. 평생 인삼이나 포도만 길러왔던 농부들이 거의 백지 상태에서 시도한 거나 다를 바 없었다. ‘무모한 도전’ 이란 주위의 차가운 시선도 견뎌야 했다.

지역 농가에 농업기술을 지도하던 포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실증 사업을 통해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당시는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종전까지 남부지방에서만 가능했던 일부 작물이 한창 북상 중이던 시기로 포천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사업이 진행됐다. 첫 시도의 결과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사과재배의 가능성이 확인된 정도였지 앞으로 헤쳐가야 할 길은 멀어 보였다.

사과재배 개척 농가들은 이 가능성만 보고 자체적으로 연구회를 조직해 가며 꾸준히 도전한 끝에 오늘날 우수한 품질의 사과를 생산할 수준에 이르게 됐다. 포천에서 사과는 처음에 열 손가락에도 못 미치던 사과농가가 20년 새 170여 농가(약 140㏊)로 불어나며 경기도 최대 규모로 성장해 이제 의심할 여지 없이 지역대표 농산물로 자리를 굳혔다.

▲경기도 최고의 사과를 넘어

포천 사과는 생산규모도 크지만 품질 면에서 도내 여타 지역을 압도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주관하는 사과 품평회에서 대상 2회 수상 이력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대상을 비롯해 우수상, 장려상 등 총 9개 부문을 석권했다. 당도와 과중, 균일도, 과분, 식미 등 품질을 평가하는 거의 모든 기준에서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셈이다.

포천지역 사과재배 농민들은 “사과가 단단하고 상큼한 맛이 특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교차가 크고 연평균 기온이 낮은 포천지역 기후에 안성맞춤인 사과재배기술을 지역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포천 사과의 잠재력은 앞서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최고 품질 농산물 생산단지가 포천의 사과농장에서 나오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포천 사과에 대한 자부심이 큰 지역 농민들은 “유통체계만 잘 정비하면 전국적인 명성을 얻는 건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숨어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생산

포천의 사과생산이 기후 온난화의 덕을 봤다면 온난화가 더 심해지면 역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대구·경북지역에서의 강원도 이동이 시작되며 사과 명산지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포천도 여기서 더 기온이 올라가면 마찬가지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포천지역 사과재배 농가는 일찌감치 이를 우려해 탄소배출 감량에 신경을 쓰고 있다. 사과농가에서 친환경 재배기술을 앞다퉈 도입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포천에서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전체 농가의 45% 정도인 76개 농가에 이른다. 최근 사과재배 농민들은 소비자 인식 변화에 발맞춰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생산 증대보다 탄소배출 감소로 생산 패턴이 바뀌어 가는 추세다. 포천 사과 연구에 주력하는 포천사과연구회 관계자는 “포천도 사과재배지로 영원히 남을 수 없을 것이고 지금 추세라면 10년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환경을 고려한 저탄소 농산물 생산을 확산한다면 그 수명을 훨씬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

포천시가 그동안 사과 생산지로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과 명산지가 되려면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포천사과연구회는 파치율 불량과를 줄이는 것을 첫손에 꼽았다. 과거보다 파치율이 크게 개선되긴 했지만, 지금보다 더욱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재 요구되는 파치율은 20% 이내로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개선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사과재배 관련 전문가 양성이다. 고품질 사과는 미세한 부분의 관리에 따라 일반 사과와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 역할을 할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도내 최초로 사과 전문 전정(가지치기)사 양성교육을 도입했다. 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명품사과 생산을 위해 전정사 양성 외에도 ‘인공수분지원사업’, ‘기상재해 예방을 위한 미세 살수장치’, ‘방상팬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사과재배 농민들의 수요를 맞추려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인일보=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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