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과 행복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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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말할 때 인용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이론은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소득이 늘어나면 더 행복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1974년에 처음 주장하였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행복도와 소득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행복하게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스털린은 50년 동안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 관해 연구하였다. 30여 개국 행복도와 1946~1970년 미국의 소득 및 행복도 자료를 바탕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른 다음에는 소득이 증가해도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 국가 내에서는 소득이 많은 사람의 평균 행복도가 소득이 적은 사람보다 높을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수요를 충족한 선진국에서는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역설의 실제 사례는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누구나 인정하는 가장 부유한 나라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는 아니다. 2019년 기준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국민행복지수는 18위이다. GDP(국내총생산) 10위인 우리나라는 국민행복지수는 61위이고, 우울증과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1위이다. 짧은 기간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음에도 부유하나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었는데 돈을 벌고 나니 공허함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부유하면서 행복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 반드시 돈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도 행복해지는 길이다. 소득을 높이려는 노력이 아닌 하고 싶은 일 혹은 잘하는 일을 하거나 건강을 증진하는 것도 행복해지는 길이다. 모두가 자신의 소득을 높이려고만 한다면 비교 기준도 함께 높아지게 되어 누구도 이전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지만, 모두가 운동해서 건강을 증진하고 비교 기준이 변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이전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 실제로는 불행하다는 기사나 드라마 등을 접하곤 한다. 부유한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자가 되어야 행복해진다는 편견을 버리고 환경오염, 종교, 자원봉사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면,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릴 수 있다. 행복은 단순하지는 않지만, 현실에 대한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며, 선택에 따른 만족도는 가변적이다. 돈과 행복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에도 공감하지만, 돈도 일정 수준을 넘으면 만족감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에도 공감할 것이다.

이스털린의 역설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기본수요를 충족하는 돈은 행복의 필요요건이다. 어느 정도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 것인지, 어느 정도 돈이 있으면 노후가 편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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