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재단 책임 경영해라"...고희범 이사장 전격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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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범 "이사회 의결 없는 이사장 임명은 도지사 사람 심기"
제주도, 연간 100억원 지원...성과계약 할 ‘상근 이사장’ 도입
조례 개정안 2일 입법예고...고 이사장 "4.3재단 정쟁화 안돼"
제주4.3평화공원과 4.3평화기념관 전경. 오른쪽은 사퇴를 한 고희범 이사장.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구심점인 제주4·3평화재단에 책임 경영을 요구하면서 내홍이 불거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임 이사장 도입과 임명 방식에 반발한 고희범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전격 사퇴했다.

1일 제주도에 따르면 연간 100억원(올해 103억원)의 국비·지방비를 지원받는 출자출연기관인 4·3평화재단 이사장이 성과계약을 맺고, 사업 집행과 기금 운영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상근 이사장’ 도입을 골자로 한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2일 입법예고 한다.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과 마찬가지로 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제주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임명한다. 반면, 재단은 도지사 승인에 앞서 이사회 의결을 밟도록 하고 있다.

고희범 이사장은 “임원추천위는 도지사(2명), 도의회 의장(3명), 재단 이사회(2명)가 추천한 7명으로 구성됐고, 경쟁 공모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며 “이사회 의결을 생략하는 것은 도지사가 원하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고 인선을 놓고 정쟁이 불거질 수 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출자출연기관은 선거 공신이나 도지사 측근이 임명되는 데, 4·3평화재단은 10만 4·3유족의 복지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치유, 추가 진상조사, 4·3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 등 4·3전문가가 아닌 선거 공신이 오는 자리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2008년 제주4·3특별법을 근거로 민관협력단체로 출범한 재단은 2015년 지방재정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기 위해 출자출연기관으로 전환됐다.

재단 측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보상 등 4·3의 완전한 해결은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제주도가 산하 출자출연기관으로 묶어 놓으면서 그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이사장은 지방정부의 한계를 지적하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처럼 4·3평화재단도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주도는 재단이 기금 16억원을 위험 부담이 높은 보험상품에 투자했고, 특정단체 소속 인사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비상임 이사장 체제에서는 책임성을 갖고 사업을 수행하거나 경영을 개선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제주도로부터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받으면서도 임직원에 대한 성과계약을 맺지 않는 점, 4·3평화기념관에서 수익 사업은 손을 놓으면서 100억원을 지원받고도 작년에 당기순손실 3억6810만원이 발생한 예를 들면서 조례 개정으로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상임 이사장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희범 이사장은 “4·3평화재단은 문화·예술·장학·의료·체육 등 주민 복지 증진을 위한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이 아니라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을 실현하는 공익 기관”이라며 “이사 12명의 면면을 봐도 4·3희생자유족회장, 4·3전문가인 법조인과 교수,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전문성을 갖췄는데, 도지사가 원하는 사람을 임명하고, 공무원 조직으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한편, 4·3평화재단은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정부와 제주도가 150억원씩 낸 출연기관이다.

재단의 이사장은 비상근 기관장이지만 고 이사장을 포함, 역대 이사장들은 매일 출근을 했다. 또 자체적으로 정관에 따라 전국 공모를 통해 이사진을 구성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을 선출해왔다.

이사장의 임기는 2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고희범 이사장은 지난해 1월 17일 선출됐으며, 임기는 2024년 1월 16일까지다. 임기를 2개월 반 남기고 지난 10월 31일 이사회에 사퇴서를 제출했고, 재단은 이 내용을 제주도에 통보했다.

앞서 고 이사장은 지난 10월 30일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면담을 갖고 4·3재단의 책무 등을 강조했지만, 양쪽의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제주도가 조례 개정안 추진하자, 하루 만에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최근 4·3평화재단 조직관리·운영 개선안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는 현재와 같이 정부와 제주도의 출연금에 의존한 사업 방향에 변화가 필요하고, 이사회 구성에서는 제주도민의 다양성과 보편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특정 집단이나 단체 대표자 대신 제주도와 도의회에서 각각 3분의 1의 임명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정관(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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