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특산식물 연구, 활용과 보존 다각도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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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주인 아카데미 (5)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이 지난 3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일보 주최로 열린 ‘제주人 아카데미’ 다섯 번째 강좌에서 ‘제주 특산식물 어떻게 보전, 이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지난 3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일보 주최로 열린 ‘제주人 아카데미’ 다섯 번째 강좌에서 ‘제주 특산식물 어떻게 보전, 이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주가 가진 다양한 특산식물의 현황과 함께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제주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과제 등을 제시하며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 빈국

특산식물은 고유식물과 같은 용어로 특정 지역에 자연적으로 사는 식물을 말한다. 즉, 특정 지역에서 적응하고 진화하면서 세계적으로 특정 지역에만 유일하게 생육하는 식물이다. 한국 특산식물은 한국에만 있는, 그 중에서도 제주 특산식물은 전 세계에서 제주에만 있는 식물이라는 점에서 생물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현진오 소장은 우선 우리나라 주변 국가의 특산식물 현황을 공개했다.

현 소장은 “중국은 3만3075개 분류군 가운데 50%에 가까운 1만5000종류의 특산식물을 가지고 있는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최대 부국”이라며 “일본은 8258개 분류군 가운데 31%, 러시아는 1만1400개 분류군 가운데 20%, 몽골은 2800개 분류군 가운데 20% 정도의 특산식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는 4609개 분류군 가운데 단지 373종류만 특산식물로 파악되면서 10%도 가지지 못한 생물다양성 빈국”이라고 전했다.

▲ 생물자원 활용의 국제적 관점

2010년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 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나고야의정서의 핵심은 생물 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와 그것을 이용하는 나라간에 발생하는 이익은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등의 생물 자원으로 이익을 얻었다면, 이익은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며, 여기에 더해 전통지식에 대해서도 우선권을 주고 그것 역시 나누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 소장은 “좋은 취지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각 국가가 외교적으로 계약을 통해 생물 자원에 대해 논의할 때 가장 기분이 되는 것은 각국이 생물다양성 부국인지 빈국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빈국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제주는 생물다양성 부국

현 소장은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 빈국에 해당하지만, 제주는 부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질이 높은 곳은 제주도와 울릉도를 꼽았다. 그러나 울릉도는 제주에 비해 면적이 작고, 전체 식물종이 500~600종에 불과한데다, 최근 연구에서 일본의 다른 지역에 있는 생물종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현 소장은 “제주는 면적이 넓고, 식물만 2000종 이상 서식하고 있으며, 제주 특산식물은 현재 70여종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연구가 더 이뤄지면 100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에 있는 식물종 가운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42종 정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식물다양성의 숫자도 많고 질적인 부분도 아주 높아 제주는 생물다양성 부국의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 특산식물 현황

제주 특산식물은 70여종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 소장은 깔끔좁쌀풀, 눈갯쑥부쟁이, 바늘엉겅퀴, 섬매발톱나무, 섬쑥, 제주고사리삼, 솔비나무, 제주달구지풀, 제주백서향, 제주상사화, 제주조릿대, 제주황기, 좀갈매나무, 좀민들레, 좀향유, 한라개승마, 한라고들빼기, 한라구절초, 한라설앵초, 한라솜다리, 한라송이풀, 한라장구채, 흰그늘용담, 제주왕벚나무 등을 하나씩 언급하며, 각각의 특징과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제주 식물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포리 신부로 1906년부터 제주식물 표본을 다수 채집했으며, 이어 다케 신부가 연구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제주 특산식물 대부분이 당시 채집에 의해 발견되고 등록됐다.

당시 포리 신부가 채집하지 못한 목록 가운데, 1908년 타케 신부가 발견한 제주왕벚나무는 당시 일본에서 발표된 소메이요시노벚나무의 변종으로 봤지만 현재 학자들은 100% 각각의 종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 왕벚나무는 포린(암꽃의 밑씨를 받치고 있는, 종린의 아래쪽에 생기는 작은 돌기)의 털이 상대적으로 조밀하지 않고, 변이가 다양하지만,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포린의 털 빈도가 조밀하며, 변이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현 소장은 “제주왕벚나무는 절대 원산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없다”고 강조하며 “제주왕벚나무는 품종 개발 가치가 높다. 바이러스에도 감염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연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 멸종위기 제주 특산식물

현 소장은 멸종위기에 놓인 제주 특산식물로 금자란, 나도풍란, 만년콩, 비자란, 암매, 죽백란, 풍란, 한란, 개가시나무, 검은별고사리, 눈썹고사리, 대흥란, 두잎약난초, 매화마름 등을 소개했다.

특히 한라송이풀, 한라솜다리, 제주고사리삼, 한라장구채 등과 함께 특별히 보호해야 할 제주도의 식물로 희귀 깔끔좁쌀풀, 애기더덕, 제주황기 등을 제시했다.

현 소장은 “한라솜다리는 과거 유럽으로 보내져 새로운 종으로 보고될 만큼 제주 전역에 폭넓게 분포됐지만, 현재는 50개체 이하로 파악되고 있다”며 “국가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제주에서 멸종될 순위로 보자면 1, 2위다. 제주 특산식물이 제주에서 멸종하면, 지구상에서 멸종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한라송이풀에 대해서는 “송이 흙이 무너진 곳에 살던 식물로 제주에서 멸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급감했고 절대 찾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생물다양성 연구인력 확충해야

현 소장은 제주 특산식물에 대한 연구는 활용과 보존 측면에서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앞으로 생물다양성이라는 좋은 조건을 가진 제주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 소장은 “문제는 지속적인 연구다. 우선 대학에서 식물 분류 연구에 집중하는 의지가 필요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세계적인 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연구할 수 있는 분류학자 등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형태적 분류방법으로 이뤄졌던 고전적인 분류학 분야는 현재 유전적 연구로 진보하면서 새로운 종의 등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종의 등록이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현 소장은 “제주 특산식물 중에서 많은 종이 각종 개발에 따른 자생지 파괴, 무분별한 남획 등으로 멸종되어 간다”며 “멸종되지 않도록 당국과 도민들이 애정을 쏟고, 이를 통해 보존된 이 식물들을 제주가 활용할 수 있다면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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