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게 먹으레 글라” 옛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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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장

▲“식게 먹으레 글라.”(제사 지내러 가자.)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부모들은 늦은 밤 아이를 깨우며 제사에 참석하도록 했다. 부모는 밭에서, 바다에서 힘든 노동을 하며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다. 이날만큼은 배곯는 자녀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궤기에 곤밥은 식게 멩질 때나 꼴을 봐낫저’(고기와 쌀밥은 제사 명절 때나 봤다)는 말이 흔할 정도였다. ‘식게집 아이는 건드리지 마라’는 말도 있다. 제사 있는 집 아이에 잘 보여야 제사 음식을 더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조상을 추모하는 것은 물론 자손과 친척이 함께 식사하며 친교를 쌓는 공동체 문화가 있었다. 

▲식게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음식물에 의미를 부여해 식가(食家·조상신에게 밥을 먹이는 집)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식개(食皆·함께 모여 밥 먹다)에서 변이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무속 ‘씻김굿’  ‘싯개(싯그다+애)’에서 찾기도 한다. 식가(式暇·법으로 규정된 휴가)가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제사 등이 있을 때 관원에게 주던 휴가에서 비롯된 낱말이다.

▲식게문화가 위축되고 있다. 일상이 바빠진 시대의 변화,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핵가족화, 전국·해외로 흩어진 가족, 맞벌이 부부, 시댁 제사를 준비하는 여성들의 부담 등이 원인이다.

최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성인 1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도 그렇다. 현재 제사를 지내고 있다는 응답은 62.2%였다. 응답자의 55.9%는 앞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간소화하거나 가족 모임 같은 형태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41.2%), ‘시대의 변화로 더는 제사가 필요하지 않다’(27.8%) 때문이다.

▲급기야 성균관은 지난 2일 일반 가정 제사 간소화 권고안을 발표했다.

제례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지 음식의 종류·가짓수는 형편에 따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제사 시간도 초저녁(오후 6∼8시)까지 선택권을 주었다. 부모님 기일이 다른 경우 함께 제사를 지낼 수 있고, 제기가 없으면 일반 그릇을 써도 된다. 

여성 부담 편중에 대해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식게문화는 형식보다 본질에 있다는 점을 깊이 새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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