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장관 "슬롯은 포화됐고 항공권은 매진, 어떻게 더 늘리겠느냐" 반문
위 의원 "항공편 부족은 당장 오늘의 문제...슬롯 얘기를 할 때냐" 직격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제주도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은 “지난해 대비 올해 항공좌석은 200만석이 줄었는데 탑승률은 88%에서 90.7%로 2.7% 증가했다. 항공권 구하기가 어려워 제주도민들은 나들이가 쉽지 않다”며 항공편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항공권 품귀현상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이 도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원 장관은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과 좌석 판매율이 90%가 넘는 이런 공항(제주공항)은 세계에도 없다. 슬롯이 포화됐는데 항공편을 늘리면 안전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제2공항 등 공항 인프라 확충에 대해 제주도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영훈 도지사와 제2공항 예정지를 지역구로 둔 위 의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위 의원은 “(항공편 부족은) 당장 오늘의 문제인데 슬롯 얘기를 할 게 아니다”며 “(원 장관은) 제주도지사도 했는데 도민들이 뭍 나들이가 어렵다고 하면 항공좌석을 늘려주겠다고 답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원 장관은 재차 “슬롯은 포화됐고, 항공권은 매진인데 어떻게 더 늘리겠느냐. 안전문제가 발생한다”며 제2공항의 조속한 건설에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국토부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관련, 제주 제2공항 총사업비로 6조890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고, 총사업비 협의가 마무리되면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한다.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는 장기 계획에 머물고 있는 제2공항 건설이 법적 근거에 따라 실제적으로 사업을 착수할 수 있는 효력이 발생한다.
오영훈 도지사는 제2공항 주민투표는 부정적인 입장인 반면, 도민의 자기결정권에 따르겠다고 공언했다.
오 지사는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주민투표가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공식이 성립되려면 찬성하는 사람도 동의해야 하지만, 아직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주민투표가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9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오 지사는 “아무리 국책사업이라도 도민이 호응하지 않으면 제2공항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고,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누차 밝혀왔다. 환경영향평가 동의 절차 과정에서 충분히 자기결정권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