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다윗과 골리앗…중동에 평화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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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비극의 땅 팔레스타인

성경 구약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현재는 수많은 목숨 희생되는 지역

시대에 따라 가나안,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 여러 지명으로 불려…

구글 검색창에서 ‘탱크 돌팔매’를 쳐보자. 전혀 상관없는 두 단어지만 여러 외신 기사와 사진들이 뜬다. 사진 속 상황은 모두 똑같다. 어린 팔레스타인 소년 한 명 또는 몇몇이 이스라엘 탱크에 맞서 돌팔매질하는 현장을 담았다. 오늘날 중동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이런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지구촌 대다수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그러나 승부는 이미 거스를 수 없이 뻔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오래전 옛날 같은 지역에선 정반대의 싸움이 벌어졌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신화와 역사의 구분이 모호했던 기원전 천년 전후의 일이다. 이스라엘의 양치기 목동 다윗이 돌팔매질 한 번으로 팔레스타인 장수 골리앗을 쓰러뜨리곤 단칼에 거인의 목을 베어 높이 쳐든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런 다윗을 두 번째 왕으로 맞아 그 아들 솔로몬 왕에 이르기까지 번영의 시대를 누렸고, 이후 분열-멸망-유배-재건-다시 멸망-디아스포라 등 파란만장한 역사적 부침을 거쳐 21세기 오늘날 중동의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거인 골리앗의 나라 블레셋(또는 필리스티아) 사람들은 그후에도 오랜 세월 팔레스타인 땅을 두고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다가 언젠가부터 역사의 무대에서 종적을 감췄다. 그렇지만 그들이 살던 땅에는 동쪽에서 아랍인들이 흘러 들어와 오랜 세월 대를 이어 살아왔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이 땅의 소유권 문제로 네 차례 중동전쟁 등 끊임없는 갈등을 이어오다가 2023년 11월 현재의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다윗과 골리앗 이후 오늘날까지 3000여 년, 시대에 따라 가나안,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 여러 지명으로 불려온 이 한정된 땅을 두고 참으로 오랜 세월 지난한 싸움을 이어왔다.

구약시대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통했던 곳이다. 고대문명의 꽃을 피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연결 통로였으면서, 현대 지도상으로 봐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3대륙을 잇는 파이프라인과 같은 지리적 위치다. 오늘날은 대부분 지역을 이스라엘이 점유하고 있으면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그마저도 유대인들에게 야금야금 빼앗겨왔다.

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국가와 국가의 대등한 관계는 아니다. 오히려 이스라엘 영토 안 일부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치정부를 이뤄 살며 종속돼 있는 모양새다. 한정된 땅에 공존 공생하는 듯 보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양측 모두 강경파들 입김이 세다 보니 오랜 세월 공격과 피의 보복이 반복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는 상대적으로 온건해 보이지만, 강경파 하마스가 점하고 있는 가자 지구는 2023년 11월 현재 이스라엘 군의 보복 공세로 민간인 몰살 등 대재앙이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 남서부에서 지중해와 시나이반도에 맞닿아 있는 이 지역, 서울시 면적의 60%에 지나지 않는 이 가자 지구의 지명이 3000년 전 다윗과 골리앗 시절에는 ‘필리스티아(Philistia)’였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어원으로 골리앗이 속한 블레셋 민족이 주인으로 살았던 땅이다. 

2천 년 전 대로마제국이 중동 전체를 지배하던 시절에 잦은 반란을 일으키던 유대인들을 예루살렘에서 영구 추방해버린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유대인들이 속한 가나안 땅 전체를 ‘팔레스티나(Palæstina)’란 지명으로 개명해버렸다. 유대인들이 극도로 싫어했던 블레셋 민족의 자그마한 땅 ‘필리스티아’를 유대인들의 드넓은 땅 가나안 지역 전체의 새 이름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아브라함과 야곱 이래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땅에서 영구 추방되고, 그 땅의 이름마저 원수나 다름없는 블레셋 사람들의 땅 이름으로 바뀌어 버렸으니, 유대인들로선 천추에 한이 맺힐 일이었다.

서기 70여 년부터 로마제국 압제에 대항해 일어난 3차례 반란이 모두 무참하게 진압되면서 유대인들은 고향에서 쫓겨나 유럽 등 각지로 흩어져야 했다. 디아스포라(Diaspora)가 시작된 것이다. 그보다 700여 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으로 바빌론 유배를 겪었던 역사는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50년 만에 풀려나 예루살렘으로 귀환했기에 유대인들은 그때처럼 이번에도 머지않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꿈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헛된 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꿈이 실현되기까지 무려 2000년 가까운 세월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이라고 부르는 땅, 유대인들에게는 ‘약속의 땅’인 가나안으로의 귀환이 시작된 건 1882년부터다. 당시 러시아제국에서 반유대주의 폭동인 포그롬(pogrom)이 심각해지면서 동유럽 유대인들의 생존 자체가 극도로 위협받던 시절이다. 

이후 촉발된 시오니즘 운동과 함께 팔레스타인 땅으로의 유대인 유입은 급속도로 진행되었지만, 그곳은 이미 아랍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이 되어 대대손손 터잡고 살아오고 있었다. 유대인들이 2000년 전 소유권을 들이밀며 한정된 땅에 막무가내로 비집고 들어가는 형국이 된 것이다. 

한반도 남북과 같은 이념 문제도 아니고, 아일랜드 남북과 같은 종교 문제도 아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오로지 땅 소유권으로 인한 피의 분쟁 역사가 오늘날까지 140년간 이어지고 있다. 오늘 하루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선 수많은 목숨들이 희생되고 있다. 무참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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