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보단 편집샵 선호…대중교통 이용 잦아
중화권 SNS 채널인 ‘샤오홍슈’ 토대로 일정 짜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관광객 유형이 단체 여행객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중심의 개별 여행으로 바뀌면서 제주 관광업계 대응 태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13일 오전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헬스앤뷰티 스토어.
오픈 시간이 돼 문을 열자마자 중국 젊은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들어섰다. 이곳은 화장품뿐 아니라 한국 과자, 술 등 K-기념품을 다양하게 판매하며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친구 3명과 함께 제주를 찾은 선자난씨(28·항저우)는 “중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을 면세점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면세점보단 다양한 제품군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는 편집샵을 선호한다”며 “예쁜 디자인과 특징이 있는 제품이 많아 구경하기 좋다”고 말했다.
제주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는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선자난씨는 화장품 구경을 마친 후 택시를 타고 함덕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매장 관계자는 “친구와 함께 자유여행을 온 젊은 중국인들이 많아지면서 간편 결제 시스템과 중국어 안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목 관아는 쌀쌀한 날씨에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인증샷을 찍으러 온 중국인 MZ세대들로 붐볐다.
올해 1~9월 방문객 8만4406명 중 외국인이 2만4550명으로 29%를 차지할 정도로 제주목 관아는 제주를 대표하는 인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 왕이린씨(24·상하이)는 “젊은 중국여행객들은 예쁜 포토 스팟을 좋아한다. 이곳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 예정”이라며 “칠성로에서 쇼핑을 한 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맛집에 들리고 싶다”고 했다.
목관아 인근에 위치한 한복 대여업체 관계자는 “하루에 많을 때는 70여 명이 찾는데 대부분 젊은 중국인들”이라며 “메이크업을 받고, 전문 사진가를 섭외해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3년 중국 MZ세대 소비패턴 및 여행행태 분석’에 따르면 중국 MZ세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관광지를 보는 ‘특전사식 여행’을 즐긴다.
특히 개별적으로 자유 여행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 ‘싼커’들은 백화점이나 면세점보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인기 장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중화권 대표 SNS 채널인 ‘샤오홍슈’을 토대로 제주의 유명한 명소를 찾아보고, 여행 일정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젊은 세대들은 제주의 장점으로 무비자와 아름다운 경관 등을 꼽았지만 한정된 결제 방법과 교통 수단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노석주 제주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 매니저는 “과거와 달라진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특징을 분석해 관광업계가 이에 맞는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며 “SNS을 통해 제주 방문 후기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만큼 친절 분위기도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