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의 가치 어떻게 더 높일까...(상)잠수병 치료
체임버 고압산소치료센터 2곳뿐
탈의장 등에 확대 설치 필요
제주해녀어업이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HAS)으로 등재됐다. 제주해녀 고유의 공동체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희소가치를 지녀 체계적인 발굴과 보존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제주 해녀 문화 육성을 위한 현황과 과제를 2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제주해녀는 2015년 제1호 국가중요어업유산,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017년 문화재청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이어 이번에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면서 국내외 유산 등재 4관왕을 달성했다.
제주해녀어업은 산소 공급장치 없이 맨몸으로 10m 깊이의 바다로 잠수해 전복, 소라, 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하며 독특한 해녀문화를 진화시켜온 전통 생태적 어업시스템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 중심의 생계형 무형문화유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해녀문화는 오랜 시간 동안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며 전승된 유산으로, 지금의 제주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제주해녀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제주해녀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줄어드는 제주해녀의 수
우선 들여다봐야 할 것은 제주해녀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내 현직 해녀 3226명, 전직 해녀(어촌계원으로 등록된 해녀) 5019명 등 모두 8245명으로 집계했다.
전직 해녀는 2021년 5010명에 견줘 9명이 늘었지만, 현직 해녀는 3437명에서 6.1%인 211명이나 줄었다. 현직 해녀의 경우 5년 전인 2017년 3985명과 비교하면 19%인 759명이나 줄었다.
현직 해녀 가운데 70대는 1328명으로, 전체의 41.2%, 80살 이상은 762명으로 23.6%이다. 이런 감소 추세와 연령대를 고려하면 현직 해녀는 내년의 경우 3000명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녀학교 등에서 육성하는 신규해녀가 해마다 40여명 가까이 유입되고 있지만, 이탈률도 높다.
▲해녀의 직업병 ‘잠수병’
다음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은 ‘잠수병’이다.
깊은 바다로 들어가 작업을 하게 되면 지상에 있을 때와는 달리 높은 수압 때문에 질소가스가 혈액으로 과다하게 들어가게 된다. 질소기체는 해녀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때 갑작스럽게 압력이 낮아지면서 체외로 바로 빠져나가지 않고 기포상태로 혈액 속을 돌아다니게 된다.
이때 발생한 질소기포가 뇌와 심장, 혈관, 관절 등에 모여들면서 만성두통과 마비, 구토, 현기증, 관절통을 유발하게 된다. 심할 경우 심장마비나 호흡 곤란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2009년부터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에서 잠수병 치료용 다실 고압산소치료 체임버를 갖춘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녀들은 이용 편의성과 함께 접근성 문제를 지적한다.
고송자 고내어촌계장은 “대부분 해녀가 고령이기 때문에 제주도 곳곳에 흩어진 103개 어촌계 해녀들이 직접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에 예약해서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며 “무엇보다 잠수병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검사에서 치료까지 3~4시간이 걸리고,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하루가 꼬박 걸리면서, 작업시간이 곧 생계와 직결된 해녀들은 치료를 미루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지역 103개 어촌계에서는 어촌계 사무실이나 해녀 탈의장에 1인용 고압산소 체임버를 설치해 언제든 치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