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퓨처, 현대미술 작품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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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숙, 도평초등학교 교장·수필가

늦가을이 내려앉은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백 투 더 퓨처> 전시를 관람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사실 난해한 현대 미술은 큐레이터의 설명 없이는 작가의 작품 의도를 알아볼 수 없는 작품들이라 고전주의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 고개만 갸웃거렸었다.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는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980년대 이후 소장하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 특별전이다. 회화 그림 조각뿐만 아니라 일상의 군상들, 삼라만상 생활 속 온갖 재료들이 화면 밖으로 세상으로 튀어나온 듯한 다차원 느낌의 작품들이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것 같았다. 눈앞에 있는 사실적 표현을 강조한 작품을 보는 것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정말 작품들이 난해하고 심오하게만 느껴졌다.

완성이 아닌 과정으로서, 영속이 아닌 순간이라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역시 박이소의 <삼위일체>가 아니었나. 커피와 콜라와 간장을 섞은 용액을 그렸다고 해서 제목이 삼위일체이다. 그림만 보았을 때는 ‘우동 그림이네’ 하고 생각했는데, 액체의 정체를 확인해보니, 간장, 커피, 콜라이다. 왜 하필이면 이 재료들일까. 도슨트의 설명으로는 갈색 액체의 세 액체는 문화의 정체성을 반영한다고 한다. 간장은 한국의 음식문화, 커피는 과시와 기호, 계급 논리, 콜라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정말 우동 한 그릇에서 이렇게 심오한 작가의 작품성이 녹아 있다니….

동시대의 작품들을 보면서 고전주의 미술에 대한 향수병처럼 편협된 생각들이 무너졌다. 신기루 같았다. 나만 어려운가?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별 느낌은 다가오지 않고 작품 앞에서 작가의 의도가 뭘까 고뇌하면서 긴장하고 애써 감상하려고 했었다. 고고하고 종교적, 정치적인 예술이 아니라 멈춰진 시간 속에서 혼란을 겪는 인간의 내면을 잘 조명해준다. 절제되고 단순하게만 보이는 작품이 깊고 심오한 우주의 진리와 질서를 말해준다.

그 옆에는 <무제>라는 작품의 야구방망이를 간장에 절인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간장 냄새가 나나? 가까이 가서 아무리 킁킁거려도 간장 냄새는 나지 않는다. 문화적 상호 침투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나타낸 작품이라고 도슨트는 설명한다. 편안하게 그려진 풍경화나 정물화를 보면서 쉽게 감상에 젖었던 나로서 설명 없이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왜 그 작품이 유명한지, 무엇을 표현한 건지…. 현대미술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역량이 부족할 뿐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한다. 미술 활동을 통해 어떻게 심미적 태도를 길러줘야 하나. 이번 현대전을 보면서 그동안 현대미술은 나에게만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분명한 한 가지 진리는 잘 만든 작품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취향 적격 시대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서 세분된 소비자의 취향만큼 아니 어쩌면 더 촘촘하게 세밀한 취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오늘도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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