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과 부정을 일삼는 이들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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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논설위원

제주4·3범국민위원회(이사장 백경진)가 개최한 ‘4·3 역사 콘서트’(11월 12일)가 대학로 한예극장 400석을 꽉 채웠다. 4·3을 말하는 자리에 제주 출신이 아닌, 역사학자 주진오·전우용 교수, ‘MBC 100분 토론’의 사회자 정준희 교수들로 채워졌다. 몇 년간 4·3의 전국화를 지향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토론은 4·3의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극우단체며 태영호와 같은 인사들의 망언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관객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은? 정답은 이념이다.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 이념으로 인해 사람을 죽이면서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그것이 제주 4·3으로 나타났고, 나치의 유태인 학살, 장개석의 타이완 원주민 학살로 나타났다.”고 전우용은 답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이념입니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산 전체주의 이념’을 가진 세력들과 협치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신의 이념’만이 ‘정의’라고 부르짖었던 세력들이 저지른 악행을 생각해 봐야 한다.

치명적인 질문. “따지고 보면 김구가 한 일이 뭐가 있냐? 젊은 사람들 꼬드겨 폭탄 던지게 하고 아까운 목숨 잃게 했지. 윤봉길이 폭탄 던졌다고 해방됐냐? 그래도 김성수는 친일파라 욕하지만 학교도 세우고 언론사도 만들고 공장도 지었고 그게 다 남아서 우리나라 국가 건설에 도움이 된 거 아냐? 북한 봐라. 친일파 청산한다고 그리 난리더니 지금 거지꼴이잖아. 홍범도 장군을 모셔야 할 이유가 뭔데?” 이에 전우용은 역사관과 인간관을 들어 답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드는 사람, 자기가 위험해지지 않는 선에서 밧줄 던져주는 사람, 도와달라 소리치는 사람, 못 본 척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우리는 자기를 희생하고 타인을 구하려 한 첫 번째 사람을 존경한다. 그래야만 인간 공동체는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일파 같은 존재들은 ‘시장형 인간’만을 정상적인 인간으로 본다. 이기심에 가득 차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을 도구화하는, 경쟁적 인간을 표준으로 삼는다. 그런 이들에게 독립운동가는 이해 불가다. 돈도 안 되고, 딴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재산이며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들. 그에 비해 친일파는 주어진 조건하에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국방부 장관은 시장형 인간만이 정상이라는 사고를 갖고 있어서인지 “이완용이 매국노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라고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할 국방부 장관이 국회 회의장에서 주식 거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재산 증식에 골몰한다. 일제 때문에 근대화됐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이 있어 경제 발전이 가능했다는 얼치기 학자들. 그들은 이 세상을 희생하고 연대하며 이루어온 공동체를 무너뜨리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한다. 홍범도 장군을 훌륭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없애려 역사에 손을 댄다.

2016년에 4·3과 인연을 맺었다는 주진오는 “육지것들끼리 이렇게 모여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4·3은 더 이상 제주만의 슬픈 역사 아니고 이제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라며 4·3의 전국화가 실현되어 간다고 했다. 한라산처럼 거대한 4·3의 역사를 뒤흔들려는 세력들의 애가 바짝바짝 마르는 소리가 들린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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