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단상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단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한로축괴(韓盧逐塊), 사자교인(獅子咬人)’이란 가르침이 있다. 여기서 한로는 개를 은유하는 표현이다. 풀이하면 ‘개에게 돌을 던지면 개는 구르는 돌덩이를 뒤쫓아가 입으로 악문다. 하지만 사자에게 돌을 던지면 사자는 돌을 쫓지 않고 돌을 던진 사람을 찾아 문다’는 뜻이다.

전등록(傳燈錄)에 수록된 법문(法門)이다. 전등록은 불문(佛門)에서 깨달은 역대 조사의 어록이 담긴 책이다. 사건의 진실과 허상을 직관하여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즉 개처럼 날아온 돌을 가지고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사자처럼 그 진원지를 찾아 근본을 해결해야 한다는 거다.

▲가마솥에서 물이 펄펄 끓고 있을 때 식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찬물을 들이붓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다시 끓어넘치기 때문이다. 끓는 물을 제대로 식히려면 아궁이에서 불붙은 장작을 빼내는 게 가장 확실하다.

그것이 ‘솥 밑의 장작을 뺀다’는 부저추신(釜底抽薪)이다. 타는 장작을 빼내 솥이 끓어오르는 것을 막는 것처럼 문제의 원인이 어디인가를 알아내 풀어낸다는 의미다. 주로 어떤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어언 17년이 흘렀다. 그 과정서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이 역사속으로 사라졌고,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기초단체에서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로 전환됐다. 다시 말해 제주의 행정체제가 ‘1도 4개 시ㆍ군’에서 ‘1도ㆍ2행정시’로 변경된 게다.

한데 그 이후 제왕적 도지사 폐해, 풀뿌리 민주주의 후퇴, 행정의 민주성 저하, 지역불균형 심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돌출됐다. 이의 보완을 위해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이어져 온 이유다. 허나 관련 공약이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거론됐지만 1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그야말로 제주사회의 해묵은 현안인 셈이다.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공약인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도민공론화 절차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종 권고안 마련을 위한 도민토론회, 도민참여단 숙의토론회, 도민공청회, 여론조사 등이 내달 중순까지 예정돼 있어서다.

과연 이번에 도민들이 제일 원하는 최적안을 찾아 행정체제 개편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그나저나 그러려면 제주특별법 개정이 병행돼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