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내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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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계절이 바뀌자 몸이 탈을 부리기 시작이다. 동시다발적으로 꼬리를 물고 잠시 편할 틈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몸져누울 정도는 아니나 그게 더 성가시다. 차라리 흠씬 앓고 일어나면 오히려 개운할 것 같다.

오늘도 병원 서너 곳을 돌다 오전 시간을 다 허비했다. 두둑한 약봉지를 보면 약을 달고 산 지 오랜데, 내 삶을 이끄는 주체가 뭔지 혼란스럽다. 득달같이 병원으로 내달릴 만큼, 예전엔 그럭저럭 넘어가던 일이 웬만해선 회복이 더디다.

이십여 년을 우리 부부의 건강을 관리해주던 선생님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셨다는 말에 적잖이 섭섭했다. 한마디 언질도 없이 떠나다니. 환자와 의사로 만나 인간관계로도 정이 들었다고 생각해 왔다. 늘 자상하게 살펴 주셨던 분이라 신뢰감도 깊었는데 심란했다. 옮길 병원을 찾느라 마땅하게 마음 둘 곳을 정하지 못해 한동안 노심초사했다.

요즈음 의대 준비 유치원, 초등 의대 반이 열풍이라 한다. 현재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 취업 문제다. 가정도 꾸려야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안정적인 의사 직업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사회는 다양한 직업군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편향된 쪽으로 가고 있다.

어린아이가 어떤 방향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지, 재능을 틔울 싹은 무엇인가를 찾아주기보다 미리 틀에 맞춰 키우는 게 요즈음이다. 부모의 욕심이 아이의 장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갈 용기와 기회를 앗아가는 건 아닐까. 어느 한 분야에 탁월한 전문가가 된다는 것, 개인을 넘어 국가의 재원이요 희망이다. 참교육에 뜻있는 이는 창의적인 자기 사고를 갖고 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걱정한다.

의사의 덕목은 환자와의 공감 교류가 우선일 것이다. 환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는 표정과 말 한마디가 병을 치료하는 명약이나 다름없잖은가. 병을 안고 사는 사람은 한 봉지의 약보다, 의사 선생님의 명쾌한 진료에 무거운 누름돌을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하다.

한 사람의 성향과 잠재 능력을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하는 게 교육이다.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호기심을 품고 의문을 풀며 창의적인 사고를 싹트게 하는 게 부모의 몫이다. 무엇보다 인성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사회에서 겪으며 맺어질 다양한 인적 관계의 기본이 된다. 경쟁심만 키우는 교육, 흉악범죄가 늘어나는 것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성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한다.

대학입시가 다가왔다. 초등생의 65%는 후일 현재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직업을 갖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한다. 병원 진료 상당 부분도 AI가 할 것이란 예견이다. 자원 빈국에서 첨단 과학만이 국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미래의 먹거리다. 우수 인재들이 첨단 학과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입시생에게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일생을 먹고 살 거리를 찾는 첫 단계다. 본인이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하도록, 수험생 곁에서 힘을 보태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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