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국내 디지털 생태계서 중요한 축 담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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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제품 선정할 때 가격만...선정 과정 까다로운 일본 먼저 진출
제주, 휴전선 가장 먼 곳에 위치...유사시 데이터 백업 센터 최적지
지난 1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일보 주최로 개최된 ‘제주人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좌에서 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일보 주최로 개최된 ‘제주人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좌에서 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국내 IT업계계는 서비스업 위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국내 대형 IT기업들 대부분이 서비스업입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외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키워야 합니다.”

지난 1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일보 주최로 개최된 ‘제주人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좌에서는 한국 IT업계 전반을 살펴보고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강사로 나선 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대표는 현재 불균형하게 성장한 국내 IT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IT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는 IT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재 기업이나 기관들이 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 대부분이 IT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다양한 분야의 산업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장의 규모는 12경6240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IT시장이 약 6000조 정도의 규모고 또 이 IT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시장이 303조 규모”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데이터는 한 곳에 축적돼 있으면 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연계시키는 시장이 13조 규모”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데이터를 관리하는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1970년대 말 오라클이라는 회사가 탄생, 세계 데이터 시장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구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데이터가 가장 먼저 생산되는 원천데이터를 오라클이 거의 100%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클라우드 등 새로운 시장이 발생하고 있지만 오라클이 차지하고 있는 원천데이터가 전환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열심히 건물은 지었지만 손님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동기화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복제 기술 개발

윤 대표는 실크로드소프트를 창업하기 전 국내 1위 소프트웨어 회사인 티맥스소프트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근무했다.

이후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미국에서 유학을 준비할 당시 전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지배한 오라클의 운영체제에 관심을 가졌다.

오라클은 보유하고 있는 원천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기능을 통해 고객의 스펙과 생산 일정, 재고, 품질·판매, 서비스, 물류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한 솔루션을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오라클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복제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복제되는 기존 데이터와 신규 데이터가 출동하는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명절 때마다 서비스 점검을 이유로 거래를 일시 중단한다. 이는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복제하는 동안 새 데이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으로 물이 새는 수도관을 고치려면 수도꼭지를 먼저 잠그는 원리와 같다.

이에 윤 대표는 데이터를 복제하는 동안에도 새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동기화 운영체계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실크로드소프트를 창업할 수 있었다.

▲어렵게 기술 개발했지만 국내 시장서 외면

윤 대표는 힘들게 기술한 개발로 회사를 창업하고 영업에 나섰지만 번번히 거부당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기술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국내 IT업계 대부분이 서비스업으로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거의 없다. 특히 데이터베이스 관련 기술은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며 “우리 기술은 세계 1위인 오라클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국산’이라는 이유로 외면을 당했다. 국산이면 보다 저렴한 곳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국내 시장에서는 제품을 선정할 때 기술의 안정성 등을 보는 것이 아닌 가격만 보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행정안전부 시스템 오류와 같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3~4년 동안 비슷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국내 시장을 뚫지 못해 일본을 뚫었다. 일본은 선정 과정이 엄청 까다롭지만 본인들이 직접 성능 등을 테스트해 결정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우리는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에 다행히 일본에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크로드소프트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국내 시장도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실크로드를 선택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핵심 업무 데이터 프로그램에 국산 제품을 도입한 것이다.

또 실크로드소프트는 지난해 4월 영국 국제통상부가 추진하는 창업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이지만 해외에는 원천기술의 가치를 매우 높게 처준다. 당시 영국에서는 실크로드소프트의 가치를 국내보다 10배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제주, IT기업들이 찾아오는 환경 조성해야

윤 대표는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에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 IT기업들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는 휴전국가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제주는 휴전선의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지역”이라며 “전쟁이 일어나면 국가의 중요한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백업센터가 필요한데 제주가 가장 최적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는 태풍에 길목에 있어 태풍의 정보가 가장 먼저 수집되는 지역이지만 현재 기상청으로 데이터가 전송되고 분석하는데 하루 이상 걸리고 있다”며 “데이터를 실시간 연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태풍 관측 정밀도 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현재 제주가 새로운 먹거리로 IT기업을 유치한다고 하던데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 아닌 기업들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제주가 국내 디지털 생태계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정부가 이를 인지한다면 제주에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되고 IT기업들이 알아서 몰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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