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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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우리 삶의 젖줄이란 의미다. 인류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아르케(Arche, 근원ㆍ본질)는 물이라 했다. 만물은 물에서 생겨나고 물로 돌아간다는 게다. 이는 물 없이 사는 삶은 생각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물은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속성 때문에 순결과 정화를 상징한다.  물이 오래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그럴 땐 물갈이를 해야 한다. 썩은 물을 걸러내고 신선한 물을 채워 흐르도록 해야 생명력이 유지된다.


▲물갈이의 사전적 정의는 ‘수족관이나 수영장 따위의 물을 가는 일’을 뜻한다. 허나 흔히 ‘기관 또는 조직체의 구성원이나 간부들을 비교적 큰 규모로 바꾸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데 주로 사용된다. 해서 정치ㆍ사회적으로 쓰임새가 많다.


선거판에선 특정 지역구에 현역 의원 대신 새 인물을 전략적으로 공천하는 것을 물갈이라고 한다. 역대 총선 때마다 ‘인적쇄신’, ‘정치개혁’, ‘세대교체’란 명분으로 현역 의원들에게 칼이 휘둘러진 게다. 여의도가 4년마다 한 번씩 겪는 일이다.


▲각 당이 매번 총선에서 ‘공천 물갈이’를 단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꿔야 이긴다’는 소위 ‘물갈이 승리 법칙’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 있어서다. 그간의 선거에서 현역 물갈이 비중을 높인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거다.


당 지도부가 총선 이후 당내 주류세력을 정비하기 위함도 있다. 예컨대 다음 대선의 당내 경선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반대파를 쳐내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데 자칫하다간 공천 갈등이 빚어지면서 탈당이나 신당 창당 등 후폭풍을 맞는다.


▲제21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국회의원은 현재 155명(51.7%)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역대 국회를 돌아봐도 초선의원 비율은 높았다. 그 비율은 16대 40.7%, 17대 62.5%, 18대 44.8%, 19대 49.3%, 20대 42.3%에 달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그만큼 현역 물갈이를 했다는 얘기다.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야 정당의 공천 핵심 키워드로 ‘현역 물갈이’가 예고된 것이다. 이제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여러 주장이 분출될 게다.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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