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발소의 요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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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시인/수필가)

“오늘은 왜 손님 없이 썰렁하지요?”

“추석 때 많이 왔었는데, 아직 머리가 많이 자라지 않아서 뜸한 거겠지요.”하면서 말을 잇는다. “벌초도 이렇게 선선할 때 하면 좋을 텐데 왜 굳이 그 무더운 땡볕 8월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상묘역을 벌초하고 정돈된 마음으로 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 아니겠어요?.”

이러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금새 이발이 끝났다. 하긴 머리숱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조발도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사장님 얼마지요?”

“6천원입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며칠 전부터 오천원에서 육천원으로 천원 인상했습니다. 10년 만에 올린 것입니다.”

“25% 대폭 인상되었군요. 잘 하셨습니다. 그래도 너무너무 싸지요. 아마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이발비일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로 잘 보상하겠습니다.”

나는 주로 동네 이발관에서 머리를 깍는다. 조금 윗동네에 착한 가게이라고 쓰여 있는 이발관이 있는데, 그 곳은 아주 오래 전에 요금을 인상해서 덜 착한 가계로 갈아탔다.

이 이발관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처음부터 출입하지는 않았다. 출입문이 짙게 밀폐된 곳이어서 조금 음침해 보였다. 그런데 어쩌다 한번 와보니 가격이 놀라왔다. 남편은 이발을 하고, 부인이 면도와 머리를 감겨주는데 오천원밖에 받지 않았다. 물론 나는 커트만 한다. 면도나 머리 감기는 집에서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또 너무 싼 가격인데 부수된 서비스를 받기에는 조금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도 했다.

이용원 시설은 거의 60년대 아주 구식이다. 지금도 도루코 면도날로 면도하면서 걷어낸 거품을 신문지나 정보지 조각에 문질러 처리한다. 또 머리감기는 비누는 소위 빨랫비누다. 개수대 밑에 수십 개가 쌓여있다. 어쨌든 싼 가격과 구수한 사장님의 입담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수십 년 전의 시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발관은 건물주가 손대지 못하게 해서 시간이 멈춰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또 이 싼 가격을 받고 건물 임대료나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이 빌딩 사장님은 누구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자기가 건물주라고 알려주었다. 연중 문 닫는 날도 없고 시 외곽에 사는 사장님은 버스를 타고 7시면 항상 출근한다. 늘 단정한 차림에, 특히 여름에는 갈삼베옷이 유독 시원해 보이는 사장님이다. 점심들 틈도 없이 손님들이 드나드니 보통 점심은 건너뛴다고 한다. 아주 배고프면 구석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가끔은 그러는 편이지만, 옛날엔 거의 집사람에게 머리 손질을 맡기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서로 바쁘다 보니, 핑계인지 이 착한 가격의 이발관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하긴 내가 봉사활동을 했던 아프리카 세네갈에서도 사천원 정도를 지불했었고, 동티모르에서도 오천원 정도 지불했었다.

그러나 아프리카나 동티모르에서는 이발을 해도 그냥 전기면도기로 균일하게 깨끗이 잘라내는 식이었다. 소위 가위를 이용한 이발은 그들에게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이발이라는 것이 그냥 머리를 다 밀어버리는 식이 대부분이다. 거의 모두 곱슬머리여서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 동양인이 오면 무척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황당한 조발작품으로 탄생함이 당연하기도 했다. 가위 손은 아마 한국이 세계 최고일 것이다.

오늘도 삐그덕 대는 문을 어렵게 열고 나오면서, 대폭 인상된 조발비에 걸맞게 오래 건강하게 지속가능한 이발소로 남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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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3-12-12 09:24:32
그 이발소가 어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