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망의(見利忘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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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중국 고대 철학자 장자(莊子)는 도가(道家)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어느날 장자가 숲을 거닐다 특이한 까치를 보고 잡으려 했다. 허나 이상하게도 까치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까치가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고, 사마귀는 그 앞의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한데 매미는 시원한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까치와 사마귀, 매미 모두가 당장 눈앞의 이익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몰랐던 거다. 장자가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면서 돌아가려는 순간 그를 서리꾼으로 오인한 산지기가 다가와 호되게 질책했다.


장자 역시 이(利ㆍ특이한 까치)를 노리다가 본인을 주시하는 산지기의 눈을 인지하지 못했던 게다. 여기서 유래한 사자성어가 ‘견리망의(見利忘義)’이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의미다.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린 모습’을 가리킨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그 해를 정리하는 키워드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중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인 교수사회가 선정한 사자성어가 단연 빛난다. 지난 1년의 국정 풍향과 사회 동향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어서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를 뽑았다. 전국의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견리망의’는 응답자의 30.1%(396표)를 얻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 교수들이 선택한 것처럼 부끄럽게도 2023년은 ‘견리망의’의 한 해였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교수들은 정치란 본래 국민들을 ‘바르게(政=正)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정책 입안과 시행 과정에서 그런 의심 사례가 적잖았다.


대통령의 친인척은 물론 고위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 떳떳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분양사기,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교권침해 등에 대해서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세태가 만연해 씁쓸한 사기 사건도 많이 일어났다.


그야말로 우리사회에 ‘견리망의’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싸움판이 된 듯하다. 이 대목에서 ‘눈앞의 이익을 보면 먼저 의리를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의 글귀가 떠오른다. 내년 ‘청룡의 해’엔 ‘견리망의’가 아닌 ‘견리사의’의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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