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전의 전쟁이 오늘에도 이어지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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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팔레스타인 영토 변천의 역사
② 출애굽과 이스라엘 왕국

야곱의 후손 이집트서 수난 겪어
선지자 모세의 인도로 출애굽

판관·왕국 시대에는 패배했지만 
현재는 이스라엘 가자지구 봉쇄
피터 폴 루벤스의 작품 ‘삼손과 데릴라’. 삼손은 데릴라의 품에서 잠이 들다가 블레셋인에게 머리카락이 잘려 힘을 잃게 되고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
피터 폴 루벤스의 작품 ‘삼손과 데릴라’. 삼손은 데릴라의 품에서 잠이 들다가 블레셋인에게 머리카락이 잘려 힘을 잃게 되고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는 아브라함이다. 그가 고향인 메소포타미아 우르(Ur)를 떠나 지금의 이스라엘 땅으로 이주해 오면서 유대인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으로 불리던 지역이다. 아브라함의 손자인 야곱의 또다른 이름이 ‘이스라엘’이기에 야곱을 유대 민족의 시조로 보기도 한다. 야곱의 12명 아들들은 이스라엘을 형성하는 12지파의 시조가 되는데 네 번째 아들인 유다의 지파에서 다윗과 솔로몬과 예수 그리스도 등이 배출되어 유대교와 기독교의 근간을 이뤘다.

▲이집트 이주 
야곱의 11번째 아들 요셉은 10명의 형들 때문에 이집트(애굽)로 팔려 갔지만 훗날 총리직까지 오르며 크게 출세했고, 기근이 잦은 고향 가나안의 가족들을 이집트로 불러들인다. 덕택에 야곱의 일족 70명은 모두 함께 이집트로 이주해 요셉의 보호 아래 평온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요셉이 죽고 그의 후광도 없어지자, 야곱 즉 이스라엘의 후손들은 이집트인들에게 ‘히브리인’으로 불리며 비천한 이방인 신분으로 노예 취급된다. 300년 세월이 흐르다 보니 히브리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수십만 명에 달하게 됐고 그들은 이집트 왕국의 각종 토목 공사에 동원되는 최하층 노예계급으로 전락해 있었다.

모세와 유대인의 이집트 탈출을 그린 영화 두 편. ‘십계’와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모세와 유대인의 이집트 탈출을 그린 영화 두 편. ‘십계’와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모세의 출(出)애굽 
이방인인 히브리인들의 인구가 크게 늘어나며 세력화되는 걸 경계한 이집트왕 파라오는 그들을 더 가혹한 건설 현장에 노예로 투입해 혹사시키고, 심지어는 갓 태어난 히브리 남자아기는 모두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린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모세라는 걸출한 선지자가 나와 히브리인들을 고통에서 구하고 이집트를 탈출(출애굽)시켜 고향 가나안으로 인도하게 된다. 

찰톤 헤스톤 주연의 고전영화 ‘십계’나 1998년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 혹은 2014년 개봉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등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주제다. 히브리인 수십만을 이끌고 홍해를 건넌 모세는 이후에도 40여 년 동안 시나이 반도와 네게브 사막을 떠돌다 사해 동북쪽 지금의 요르단 땅 느보산에서 120세 나이로 눈을 감는다.

▲여호수아 
모세가 약속의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죽자 후계자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가나안 땅을 점령해 들어간다. 오래전부터 이 땅에 살아오던 가나안 7족속 원주민들은 요르단강을 건너온 이스라엘인들에게 예리코, 헤브론,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들을 모두 빼앗긴다. 가나안을 완전히 정복한 여호수아는 그 땅을 12등분하여 12지파에게 상속재산으로 나눠준다. 조상 아브라함이 1000년 전 여호와로부터 약속 받았다는 그 땅을 드디어 민족의 수중에 넣은 것이다.

▲판관 시대 
가나안을 정복하고 이후 200년은 열두 부족 연합체의 시대였다. 왕은 아니지만 판관(判官) 또는 사사(士師)로 불린 12명의 리더가 순차적으로 나와서 이스라엘 12지파를 끌어가며 외적에 공동 대응하는 체제였다. 이 시대 12번째 판관인 삼손은 헤라클레스와 같은 힘으로 외적들을 격퇴시키며 이스라엘 민족의 영웅으로 군림했으나, 인접국 블레셋의 창녀 데릴라(Delilah 딜라일라)의 유혹에 빠져 결국은 힘을 못쓰고 파멸한다. 삼손과 데릴라 이야기는 영화나 오페라 등으로 많이 다뤄진 탓에 오늘날 일반에게도 익숙하다. 데릴라가 속한 블레셋(필리스티아)은 지금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일대의 옛 이름이다. 당시 이스라엘과는 오랜 세월 앙숙 관계였고, 오늘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의 기원이기도 하다.

카라바조의 작품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카라바조의 작품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이스라엘 왕국 
삼손이 죽자 외적들과 대항하기 위해서 강력한 왕이 필요하다는 민심이 늘어났다. 이에 예언자 사무엘의 추대로 사울이 이스라엘 왕국의 초대 왕으로 즉위한다. 기원전 1050년 경 판관 시대에서 왕조 시대로 들어서는 것이다. 사울은 외적과의 여러 싸움에서 승리하며 왕국을 안정시키고 왕권을 강화했지만, 갑자기 민족 영웅으로 떠오른 다윗을 견제하느라 자신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다윗이 적장 거인 골리앗을 이기며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자, 그를 견제한 나머지 여러 번 죽이려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것이다. 이후 사울은 블레셋과의 길보아 전투에서 패배하여 세 아들과 함께 전사하고 목까지 베이면서 40년 재임에 종지부를 찍는다.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역사 중 판관 시대의 마지막 판관 삼손과 왕국 시대의 초대 왕 사울, 두 인물 모두가 공교롭게도 지금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살았던 필리스티아(블레셋)인들과 싸우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3000년이 지난 오늘날은 어떤가? 2023년 12월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양자의 입지는 정반대로 바뀌어 있다. 마치 그 옛날 삼손과 사울이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당했던 치욕을 3000년이 지난 오늘날 이스라엘이 처절하게 복수해주는 양상이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강경파 하마스의 대대적 기습 공격에 완전히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완전 봉쇄를 선언하며, “지옥을 원했으니,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You wanted hell-you will get hell)”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군 관계자의 이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다.

(다음편에 계속…)

전편 보기…

① 창세기, 이스라엘의 기원-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6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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