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타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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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편집국 부국장

지난 5월 화창했던 어느 봄날. 서울 남산에 꽃구경을 갔다. 할머니 두 분이 유모차를 끌고 오면서 수다를 떠는 게 눈에 띄었다. 서울 할머니들의 손자녀 사랑은 남다르구나.


남산타워에 다다르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언덕길을 끌고 온 유모차에는 손주 대신 강아지가 있었다.


손주들의 과자 값을 벌기 위해 찬바람을 맞으며 학교 앞 교통정리와 급식 봉사를 하는 제주 할머니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하면서 ‘삼포 세대’라고 부른다. 김포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탈 때마다 아기 울음소리보다 케이스에 담긴 애완견의 짖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약 17만7000명으로, 10년 전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3분기까지 평균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합계출산율 0.7명 선이 붕괴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제주지역 합계출산율도 2015년 1.4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 0.92명으로 추락했다.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를 뜻하는 게 합계출산율이다. 가령 제주에 살고 있는 부부(2명)가 2.1명의 자녀를 낳아야만 현재 인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2명의 아이를 낳아도 되지만, 유아 사망사고에 대비해 0.1명을 더 낳아야 한다는 의미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귀에 박히다 보니 ‘병원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뚝 끊겼다’라는 기사는 더는 기사감이 아니다.


전남과 충남의 한 농촌마을에서는 3년 만에 들린 아기 울음소리가 기사화됐다. 이 마을에는 경사가 났다. 주민들은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만 주렴. 우리 모두 널 지켜줄게’라는 현수막을 마을 곳곳에 내걸었다.


면장에 이어 군수까지 출산 가정을 방문, 출산용품을 전달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16년 전인 2007년. 17대 대선에 출마했던 허경영 후보는 신혼부부에게 결혼 자금 1억원, 출산 지원금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비현실적이라며 비웃음을 샀고, 허무맹랑하게만 들렸던 이 공약이 지금은 현실이 됐다.


지난 5월 충북 괴산군 문광면에서 2·3살 아들을 둔 부부가 셋째·넷째 쌍둥이를 낳으면서 괴산군은 조례에 따라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괴산군은 셋째 아이 이상 출산장려금을 기존 2000만원에서 올해 5000만원으로 올렸다.


송인헌 괴산군수은 “셋째·넷째 쌍둥이가 앞으로 대학에 갈 때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쓰시면 3학기 정도 된다. 경제적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1억원의 장려금을 건넸다.


일본 정부가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을 무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녀 3명 이상을 낳은 다자녀 가구에 2025년부터 소득 제한 없이 모든 자녀의 4년제 대학, 전문대, 고등전문학교(직업학교)의 수업료를 면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본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6명으로, 우리나라(0.78명)보다는 나은 편이다. 그런데도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연간 3조5000억엔(약 32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일각에서는 ‘세금은 이런 데 써야한다’, ‘우리도 일본처럼 해야 한다’, ‘차라리 일본의 정책을 그대로 도입해라. 그게 낫겠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에 대한 심각한 문제 중 자녀 교육에 대해서는 어쩌면 답이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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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2023-12-14 20:03:27
허경영이 답입니다. 차기 대통령은 허경영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