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제주형 ‘스페이스X 시대’를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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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민간 우주발사체의 전초기지로 자리매김
국내 최초의 ‘민간 로켓’ 수직 이착륙 발사 성공
신속한 인허가, 행정 지원, 주민들의 협조 ‘한몫’
지난해 5월 25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누리호의 3차 발사 장면 모습.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해 5월 25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누리호의 3차 발사 장면 모습.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아폴로 계획으로 1969년 인간을 달에 보냈다. 그 후 20년이 지난 1989년 대전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됐다.

국가 차원의 우주 개발은 선진국보다 20년이나 늦었지만,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해 5월 25일 발사에 성공했다.

인공위성과 달 궤도선 ‘다누리’,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린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2032년 달에 대한민국 착륙선을 보내는 ‘한국판 스페이스X’도 본궤도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민간 우주산업 기업의 입찰을 시작했다. 차세대발사체는 누리호의 뒤를 이어 대형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 달착륙선 발사를 위해 개발하는 2단형 로켓이다.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이 ‘예고 게임’이었다면, 차세대 발사체는 ‘본게임’이다.

미국의 스페이스X처럼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우주 수송능력이 향상된 차세대 발사체는 달착륙선 발사(2032년)에 이어 상업용 발사서비스를 선도하게 된다.

정부는 오는 2032년까지 10년간 총 2조132억원의 예산을 차세대 발사체, 발사대, 장비·시험 시설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민간 우주산업 기업의 총 입찰 규모는 9505억원에 달한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누리호 발사체의 75t급 액체연료 엔진 모습.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움직이게 하는 클러스터링을 통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누리호 발사체의 75t급 액체연료 엔진 모습.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하나의 엔진처럼 움직이게 하는 클러스터링을 통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제주, 민간 우주발사체의 테스트베드

발사장의 입지 선정은 효율성과 안전성, 영공 문제, 기상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제주도는 위 4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면서 민간 우주기업이 우주로 나아가는 전초기지가 됐다.

2001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가 발사지로 선정됐지만, 우주발사센터의 최적 입지는 제주도다.

발사체가 날아가는 동안에도 지구는 동쪽으로 회전하는 자전 운동을 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적도에서 가장 빨라서 초속 465m에 이른다. 위도 30도에서는 초속 403m, 위도 60도에서는 초속 233m로 점점 줄어든다.

자전 방향과 속도가 중요한 까닭은 발사체의 속도에 지구의 자전 속도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속 300㎞로 달리고 있는 KTX에서 우리가 시속 10㎞로 공을 던진다면 이 공의 속도는 시속 310㎞가 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적도에서 지구의 자전 방향인 동쪽으로 발사시키면 발사체는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며, 그만큼의 연료를 탑재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적도와 가장 가까운 곳은 최남단인 제주도다. 제주에서 발사하면 내륙 상공을 거치지 않고 바로 태평양으로 비행할 수 있으며, 일본 영공을 침범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고흥보다 제주는 발사각이 더 넓다. 아울러 제주도 주변에는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공중 전파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발사체와 위성의 교신에도 유리하다.

제주에서는 2021년 12월 29일 국내 최초의 ‘민간 로켓’이 발사됐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앞 바다에서 발사된 ‘블루웨일 0.1’은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학부생들이 창업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설계·제작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2일 하원테크노밸리(옛 탐라대)에서 ‘블루웨일 0.3’을 개발, 민간 로켓의 수직 이착륙 실험에 성공했다.

‘블루웨일 0.3’은 고도 100m까지 수직으로 올라가 호버링(정지비행) 후 정해진 위치로 수직 착륙하는데 성공하면서 재사용 우주발사체의 개발의 첫 단추를 뀄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제주지사 설립에 이어 제조·조립 설비 투자를 통해 하원테크노밸리에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 배경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신속한 인허가와 적극적인 행정 지원, 지역주민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탐사선) ‘다누리’ 조립 장면. 사진 항우연 제공.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탐사선) ‘다누리’ 조립 장면. 사진 항우연 제공.

▲고체연료 발사체 제주에서 최초 발사

지난해 12월 4일, 서귀포 중문 해안에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액체연료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이어 제주에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우주발사체 연료는 크게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로 나뉜다. 액체연료는 연료탱크, 산화제 탱크, 터보펌프, 연소기, 밸브 등 수많은 구조물과 부품이 들어가서 설계가 복잡하고 제작비도 비싸다.

이에 반해 고체연료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무게가 가벼운 데다 제작비도 적게 든다.

우리나라는 2021년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따라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족쇄를 벗은 지 2년 만에 제주에서 민간 상용위성을 목표 궤도에 진입시켰다.

제주형 ‘스페이스X 시대’의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발사체 수직 이착륙과 재사용으로 발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우주개발 30년 여정은

우리나라는 1993년 첫 우주발사체인 ‘과학로켓 1호’ 발사로 우주개발의 서막을 열었다.

‘나로호’는 러시아의 안가라 로켓을 사용한 발사체인데 2009년, 2010년, 2013년 세 번에 걸쳐 발사됐으며 세 번째 발사에서 성공했다.

반면 ‘누리호’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다.

누리호는 2021년 10월 1차 발사 실패, 2022년 6월 2차 발사에 성공했지만, 위성 모사체(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덩어리)를 실으면서 성능 테스트에 그쳤다.

지난해 5월 25일 3차 발사에서 위성 8기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면서 실전 임무에 성공했다.

누리호에는 국내 총 300여 개 업체 500여 명의 인력이 참여했다. 총 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만들었다. 이들 300여 개 참여 기업은 전체 예산(1조9572억원)의 76%인 1조5000억원을 집행할 정도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노형일 항우연 홍보실장은 “차세대 발사체와 중형위성은 국가 과제로 시작했지만, 향우 민간 기술 이전으로 우주산업은 급성장하게 된다”며 “항우연은 ‘뉴 스페이스’의 핵심인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좌동철 기자

노형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장이 지구 궤도 목표에 도달해 임무를 수행 중인 국내 기술로 개발된 위성을 소개하고 있다. 모형 위성은 실제 위성의 3분의 1 크기로 제작됐다.
노형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장이 지구 궤도 목표에 도달해 임무를 수행 중인 국내 기술로 개발된 위성을 소개하고 있다. 모형 위성은 실제 위성의 3분의 1 크기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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