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모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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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시인·수필가

화창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을 연다. 시간이란 선물보다 더 가슴 뛰게 할 게 무엇이랴 싶다. 그래, 올해는 아침 햇살에 감사하며 살아야지. 움직이고 또 움직여야지.

지난달 눈이 많이 내린 며칠 후였다. 두툼하게 옷을 차려입고 여느 때처럼 이른 아침 걷기 운동에 나섰다. 차량이 드나들어 눈이 질펀하게 녹던 길이 밤새 얼어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나는 미끄러질까 바짝 긴장하며 가장자리의 눈을 밟고 걸었다.

한참 걷노라니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렀고, 트럭 한 대가 천천히 후진하고 있었다. 나는 길가에 바투 멈춰 서서 무슨 일인지 의아하게 상황을 주시했다. 트럭은 다시 서서히 전진하며 오른편 샛길로 들어서는데 빙판으로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후진하는 게 아닌가. 운전자는 포기하지 않고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다 네 번째에야 엔진이 굉음을 내며 샛길을 오르는 데 성공했다.

순간 수많은 실패 끝에 전구를 발명해 낸 에디슨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단지 잘되지 않는 만 가지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 트럭 운전자도 매번 뭔가 다르게 운전했기 때문에 빙판길을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실패는 벼랑 끝에 서게 하지만, 경험은 성공의 디딤돌이 된다. 그래서 긍정의 힘은 세다.

나이 들수록 마음의 무지개는 사라지고 구체적 현실에 직면한다. 삐걱거리는 몸, 너나없이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게 살기를 소망한다.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지만, 얼마나 노력했느냐고 묻는다면 얼굴이 붉어진다. 내 몸의 종합병원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써야겠다. 궂은 날씨가 아니면 하루에 만 걸음 이상 걷기는 물론 집에서도 많이 움직이면서.

동네에 어린이 놀이터가 또 하나 생겼다. 놀이기구들은 물론 운동기구들도 몇 가지 설치됐다. 내 눈길을 빼앗은 것은 발바닥 지압대이다. 폭 1m, 길이 20m쯤 되는 시멘트 바닥엔 흰색, 검은색, 누런색의 자갈들이 어지러이 박힌 채 ‘건강을 도와드릴 께요’ 하고 초대하는 것 같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어느 날 신발을 벗고 지압대에 올라섰더니 이내 밀려드는 날카로운 통증, 그래도 참고 참으며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그러곤 도전하리라 다짐했다. 바닥이 젖지 않은 날엔 오전, 오후 두 번씩 발바닥 지압을 하고 있다. 이제 10여 일, 그새 단련이 되는 건지 아리면서도 끌리는 맛이 생긴다. 일 년이 지나면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해진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크나큰 축복이다. 곁눈질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지침이 된다. 인간이 도구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신비로운 이 세상을 맘껏 경험하며 살아볼 일이다. 세월의 나이테는 불만의 수위를 낮추고 자족의 수위를 높인다. 과거의 고난을 추억의 길로 안내한다. 비우니 여유가 생기는 이치인가 보다.

마당에는 사철장미가 몇 송이 붉게 피었다. 겨울을 마다치 않은 건 결심의 언저리에서 서성이지 말라는 의미일까. 습관은 어떤 일도 가능케 한다기에, 걸어야겠다.

모두 희망과 손잡고 충만한 삶을 열어가소서.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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