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고장, 삼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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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시인

천주교 제주교구 앞 전봇대에 ‘제주 문화예술의 고장 삼도2동’이라는 글이 붙어 있는 걸 보았다. 삼도2동은 탐라의 발상지이며, 삼국시대부터 탐라국의 행정 중심지였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관덕정과 목관아지, 향사당이 있으며, 초등학교의 효시인 제주북초등학교가 있고, 기독교의 보금자리인 중앙주교좌성당과 성내교회가 있어 구도심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싶은 동기가 드러나는 말이다.

원도심 활성화 사업은 2009년부터 추진돼 왔으며, 2016년에는 제주시재생센터를 만들어 모관지구뿐만 아니라 동문, 남문, 서문 지구로 나누어 마중물 사업 등을 펼쳐 구도심을 활성화하려는 야심찬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구도심의 문화예술을 키우기 위해 중앙성당에서 늘봄재활요양병원에 이르는 골목길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정해 폐업한 점포를 문화예술인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간드락 소극장과 제라진, 자작나무 숲, 아트세닉, 요보록 소보록, 그릇이야기, 쿰자살롱 등이 들어 서 있다. 또한 구 제주대학병원 자리에 예술공간 이아가 있어 미술 전시회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제주에는 인사동이나 상하이의 예원, 교토의 니넨자카·산넨자카나와 같이 문화예술의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없다. 삼도2동의 문화예술 거리는 문화예술과 거리가 먼 건물들과 업종이 산재해서 억지춘향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구 건물들을 철거해 문화예술의 거리에 맞는 건축물을 짓기에는 재정이 넉넉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문화예술재단으로 바뀐 전 아카데미 극장(재밋섬)이라도 단장을 마무리해서 연극이나 무용 등 공연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개관한다면 관덕정과 목관아지를 연계로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도민들이 찾는 문화예술의 공간이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몇 년 전, 계림의 이강으로 가는 길목에 중국풍의 이층집들을 짓고 있었다. 옛날식 집들을 주민들이 왜 짓는가 하고 물었더니 건축비의 반을 관에서 대준다고 했다. 문화예술의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민과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는 기반 환경이 중요한 듯하다. 공연장은 물론, 인사동처럼 도민과 관광객들이 찾을 만큼 제주의 향토성이 드러나는 거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문화예술의 고장 삼도2동은 구호만 요란한 곳이 될 수밖에 없다.

신문에서 제주시가 대한민국 문화도시 선정에 탈락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문체부가 문화도시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역중심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 대상지로 세종특별자치시를 비롯한 12곳을 선정했는데 제주시는 제외됐다. 선정된 지자체들을 1년 동안 예비 사업을 추진한 후, 심사를 거쳐 2024년 말에 문화도시를 지정한다고 한다. 2019년 문화도시로 선정됐던 서귀포시 역시 내년에 종료될 예정이라니 2025년부터는 문화도시 관련 분야에서 제주가 소외될 것이라는 기사를 읽으면서 문화예술 삼도2동의 활성화를 방향을 공론화해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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