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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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편집국 부국장

제주에서는 2010년부터 택지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산업개발(아이파크), 대림산업(e편한세상), KCC(스위첸), 한화건설(꿈에그린) 등 브랜드 아파트의 건설 붐이 일었다. 대형 건설사이지만 대규모 대출 시 회사 재무제표에 부채가 발생하는 문제로 자금을 조달할 시행사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했다. 제주에 건립된 대규모 아파트마다 부동산PF로 건설 자금을 조달한 이유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은 1920년대 미국을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투자은행들은 자금 부족에 허덕이던 유전개발 업자들에게 솔깃한 대출을 제안했다. 대신 장래에 생산되는 석유의 판매대금으로 갚으면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PF는 사업의 주체인 시행사와 해당 프로젝트에 돈을 빌려주는 여러 금융기관인 대주단, 공사의 책임 준공과 연대보증을 맡는 시공사, 대출금을 관리하는 신탁사로 구성된다.


즉, 자금과 신용이 부족한 시행사(개발업체)가 아파트를 지으면서 미래에 들어올 분양 수익금을 내세워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제주는 2015년부터 2017년 초까지 부동산 호황을 누렸다. 이 시기에 부동산PF를 기반으로 분양형 호텔이 쏟아졌고, 아파트는 착공 전 100% 분양되면서 ‘강남 불패’에 이어 ‘제주 불패’ 신화를 낳았다.


당시 중국인 관광객은 한해 200만명 이상 제주를 방문했고, 대형 관광개발과 부동산 투자에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최근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PF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 부동산PF로 제주시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 부지(1만9342㎡)를 2660억원에 사들인 시행사가 잔금 532억원을 최종 납부기간인 지난 17일까지 내지 못했다. 제주시와의 매각 계약은 파기될 상황에 놓였다.


제주시는 당초 관광호텔 부지로 용도를 제한했지만 코로나19로 입찰자가 나오지 않자, 지상 19층에 844세대의 주상복합아파트로 용도를 변경해줬다. 그런데도 시행사는 추가 자금을 대출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관광업계의 상징이자, 원도심 랜드마크인 제주칼(KAL)호텔 매각도 불발됐다.


한진그룹은 호텔 부지와 건물을 95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지난해 5월 해지했다. 시행사는 부동산PF로 건설자금을 확보, 호텔을 허물고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할 계획이었다.


시행사는 선계약금 95억원은 마련했지만, 나머지 잔금 855억원을 한진그룹에 입금하지 못했다. 부동산PF로 추진됐던 레고랜드에 대해 2022년 9월 지방자치단체(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철회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은 부동산PF 만기를 막지 못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금융권의 PF 대출잔액은 134조3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PF 부실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건설업계와 금융권이 모두 다 죽을 판이라는 말이 엄살이 아닌 셈이다. 부동산PF로 건설 경기를 부양했던 제주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분양 주택이 2500가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라는 어두운 현실에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연초에 전문건설업 1곳이, 지난해 종합건설업 1곳이 부도 처리됐다. 도내 건설업계는 고금리 속 미분양 사태로 대출이자 갚기도 힘들다고 한숨이다. PF대출금을 떠안은 금융기관은 추가 대출에 손사래를 친다. 제주 경제를 견인해왔던 부동산PF가 자금 줄마저 끊기게 됐다. 자칫 도내 건설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강 건너 불구경을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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