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핫플레이스] 봄·여름·가을·겨울…절경이 풍성한 천년의 숲…오대산 선재길
[팔도핫플레이스] 봄·여름·가을·겨울…절경이 풍성한 천년의 숲…오대산 선재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 중 하나
드넓은 초록빛 자연 탐방로 
월정사-상원사行 유일한 길
고요함과 물소리에 걷기 좋아

사람들이 즐겨찾는 길들을 따라 계절별로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곤 한다.

하지만 이 계절에 이쁘고 저 계절에 미운 길이 어디 있으랴. 길이 있으니 걷고, 또 걸어서 행복할 뿐이다. ‘오대산 선재길’이 바로 그렇다.

특히 코스의 초입에 천년고찰 월정사가 자리하고 있고, 코스의 마지막도 절(상원사)이니 다른 길보다 쉼과 볼거리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일주문에서 천년의 숲으로 ‘풍덩’

월정사 일주문 앞에서 섰다.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라고 쓰여진 탄허스님 친필 현판이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현판을 머리에 이고 일주문 안쪽으로 한 발 들여 놓아 본다.

그대로 ‘천년의 숲’이라고 불리는 월정사 전나무 숲, 그 바다로 입수다.

널찍하고 폭신한 황톳길이 다리미로 다려 놓은 듯 평평하게 이어진다. 황토의 시원하고 부드러운 기운은 발바닥에 ‘착’ 감기며 아스팔트 도로가 전해준 뜨끈한 기운들을 스르륵 삼켜 버린다. 이내 사이다 같은 청량함이 온 몸에 전달된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의 시작, 오대산 선재길의 시작이다. 그러고 보니 이 전나무 숲길도 ‘전나무 숲 탐방로’라는 이름의 독립된 둘레길로 조성돼 있다. 9km에 달하는 선재길 코스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2km 남짓한 전나무 숲 탐방로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 길을 걷다보면 아름다움, 놀라움의 순간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또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월정사 전나무 숲이 광릉 국립수목원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의 전나무 숲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월정사 초입에 선재길 이정표가 보이는데 상원사까지 9.2㎞ 남았음을 알린다. 표지판이 가르키는 대로 걸으면 담벼락을 오른편에 끼고 걷는 숲길이 또다시 쭉 이어진다.

천년고찰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 안에 들어가보면 마당 한가운데 로 국보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보인다.

고려 전기 석탑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대로 그 모양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잠시 쉼을 청하며 탑 앞에 서서소망 한자락 마음 속에 품어보고는 다시 구도의 길이자 치유의 길, 선재길 위에 오른다.

▲선재길 본진에 들다

‘깨달음, 치유의 천년 옛길!’이라는 설명이 붙은 오대산 선재길 본진으로 들어가본다.

길을 따라 천천히 하늘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를 타고 시나브로 오르다 보면 상원사에 쉬이 닿을 수 있다. 이 곳은 1960년대 상원사까지 연결된 찻길(446번 지방도)이 나기 전까지 스님과 불자들이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가던 유일한 길이었다고 한다. 코스의 초입은 평평한 나무 데크길이 이어지는데 이내 지장암과 상원사로 향하는 갈림길에 도착할 수 있다. 왼쪽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오르면 지장암, 우측 방향으로 폭신한 흙길을 따라가면 상원사다.

얼마를 걸었을까. 금방 너른공터, ‘회사거리’에 도착.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오대산에서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던 조선총독부의 목재회사가 있어 ‘회사거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회사거리에는 약 360여 가구의 화전민이 마을을 형성해 살았다고 하는데 1960년대 말 화전정리 사업으로 이주하고 지금은 그 흔적만 간직하고 있다. 이후 사찰 불사에 쓸 재목을 제작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됐지만 선재길을 정비하면서 현재는 공터로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오대산사고(五臺山史庫)에서 보관하던 조선왕조 실록, 의궤도 모자라 이곳의 나무까지 모조리 베어 가려고 회사까지 세운 일제의 뻔뻔한 행태에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반야교를 오른쪽에 두고 다시 한번 차도를 건너 숲 안으로 들어선다. 또다시 나무 데크길이 이어지는데 순간 시원한 바람 한자락이 스친다. 숲속에 스며든 바람은 녹색의 싱그러운 기운들을 실어 나르고 불쑥 불쑥 튀어오른 바위를 타고 넘어 넘실대는 오대천의 물길과 조우한다.

이처럼 선재길은 숲길 특유의 고요함과 계곡의 물소리가 전해주는 분주함이 이러구러 교차하며 우리의 걷기에 동행한다.

강원일보=오석기·조상원 기자

사진=강원일보 제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