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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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아들 내외 결혼기념일이다. 아홉 달 된 손자를 데려오라고 했다. 오늘 하루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즐겁게 지내라며 손자를 돌봤다.

재작년이었다. 아들이 하는 사업장에 갔다가 매출을 늘리는 방법을 얘기하는데 “재산 물려줄 자식도 없는데 돈 벌어서 뭣합니까?”

그 말을 듣자, 말문이 막혔다. 여러 번 유산을 겪었다. 손주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은 아내와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길 4년, 하늘이 점지하신 건지, 조상님의 음덕인지 손자를 얻었다. 세상을 다 품은 것 같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엄마와 아빠, 양가 할머니와 할아버지, 주변의 축복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옹알이, 기는가 싶더니 첫 발자국을 내디뎠을 땐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던 우리나라 선수 응원하듯 한 발 더 옮겨놓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바라보았다. 녀석이 웃을 때면 따라 웃으며 가슴 벅찼다. 녀석이 울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어르고 달랬다. 잠자는 모습 속에 천상을 보는 듯하고 내 옷에 오줌을 싸도 칭찬하며 즐거워했다.

근심도 덜어가고, 오랜 시간 안고 있어도 팔도 아픈 줄 모르겠고 아픈 무릎관절도 손자를 안고 있으면 이상하게 아픔이 싹 가시곤 했다. 하루하루가 손자 보는 기쁨에 젖었고 돌아서면 보고 싶어서 상사병 걸릴 것 같은 날이 연속이다. 두벌 자식이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말을 떠올린다.

아들 내외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한다. 육아하는 어려움이 아무리 곤해도 바라만 봐도 피로가 풀리는 행복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이런 행복감을 주는 아이 갖기를 주저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출산율이 또 떨어진다며 야단이다. 이웃을 둘러봐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 오래됐다. 뛰어놀던 아이들이 보이지 않고, 외출해도 아기의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해도 아이 갖기를 원치 않는 현상이 늘어만 가고 있다. 경제적인 면도 있지만, 교육과 미래 보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한다.

밤중에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로 전화를 걸었단다. 응급실에선 의사가 없다며 야간진료가 가능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으로 가라 하고, 소아를 진료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며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두가 이권만 내세우며 반대하고 시위하는 현실 앞에 정부가 내놓은 출산 장려 정책은 빛을 잃는다. 정치하는 이도, 의사협회도 모두 이권 앞에서 나라의 근간만 흔들고 있으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지 한탄만 나온다. 이권만 생각하며 시위하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님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면 지금의 출산 장려 정책도 좋지만, 안정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의원이 있어야 하며, 공교육을 바로잡아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가졌을 때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을마다 아기 울음소리 요란한 세상을 기다린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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